'이건희 컬렉션'의 핵심 작품들을 보여주는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1일 나란히 시작된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한국 미술사에서 '명품' 혹은 '명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 135점이 공개될 예정이어서 미리부터 눈여겨 볼 작품들이 주목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실 2층 서화실에서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을 21일부터 9월 26일까지 진행한다. 이에 앞서 29일 진행된 언론 설명회에서 주요 작품들이 소개됐다.
먼저 겸재 정선이 남긴 국보 '인왕제색도'이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회 포스터에 인왕제색도를 내세우기도 했다.
인왕제색도는 비가 온 뒤 안개가 피어오르는 인왕산 풍경을 묘사한 그림으로,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겸재가 75세 때 완성했다. 대담한 필치, 섬세한 붓질로 암벽과 나무를 사실감 있게 그렸다.
조선 후기의 또 다른 걸출한 화가인 단원 김홍도 작품 '추성부도'도 걸렸다. 11세기에 활동한 중국 문인 구양수가 지은 문학 작품 '추성부'의 쓸쓸한 정서를 나타낸 회화다. 김홍도의 그림 중 연도가 확인되는 마지막 작품으로, 환갑을 맞은 김홍도가 성큼 다가온 죽음과 마주한 감정을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4∼5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삼국시대 토우 장식 그릇받침도 있다. 이 토기에는 말 탄 사람과 서 있는 토끼 토우 등이 달렸다.
진귀한 고려불화 '천수관음보살도'와 '수월관음도'를 지나면 조선 후기 도자기와 그림이 함께 전시돼 있다. 강세황의 '계산기려도'와 '계산허정도'이고, 도자기는 대나무와 산수화 그림이 있는 청화백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1일 서울관 1전시실에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을 연다.
이번 특별전에는 명작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 가운데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보유한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가 대표작으로 꼽힌다.
1950년대 국내 최대의 방직재벌이었던 삼호그룹 정재호 회장이 자택을 새로 지으면서 대형 벽화용으로 주문한 작품으로, 김환기가 본격적으로 추상 작업을 하기 전 즐겨 그린 한국적 정서의 소재들이다.
이 작품은 1960년대 말 삼호그룹이 쇠락하면서 미술시장에 나와 '이건희 컬렉션'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섭의 '황소'와 '흰 소'도 주목된다. 미술사적 가치도 뛰어난데다 귀하고 가격도 비싸 쉽게 범접할 수 없던 작품들이다.
이번에 공개된 '황소'는 강렬한 붉은색을 배경으로 주름 가득한 황소가 절규하듯 입을 벌리고 눈에 힘을 주고 있다. 전신을 드러낸 '흰 소'는 등을 심하게 구부리고 고개를 푹 숙인 지친 듯한 모습이지만, 힘을 짜내 필사적으로 전진하려는 결기가 느껴진다.
백남순의 '낙원'도 주목해야 할 작품 가운데 하나다. 백남순은 이중섭의 스승으로 알려진 한국 1세대 여성 화가다.
1936년께 제작된 작품은 캔버스에 그린 유화를 8폭 병풍에 붙인 특이한 형식이다. 서양과 동양을 아우르는 독특한 분위기의 이상향이 펼쳐진다.
'낙원' 맞은편 이상범의 1922년작 '무릉도원'은 10폭 병풍에 동양의 이상향을 대표하는 도연명의 '도화원기'를 그린 작품이다. 안중식이 제작한 '도원문진도'의 전통을 잇는 수작으로 약 100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