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물건 아냐' 입법 예고…동물학대 책임 커질 듯

입력 2021-07-19 14:06
동물에 첫 법적 지위, 추가입법 잇따를 예정


그동안 '물건'으로 취급됐던 '동물'이 민법상 독자적인 법적 지위를 얻게 된다.

법무부는 1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한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현재 동물은 민법 98조의 '유체물'로 취급받고 있다.

이번 입법예고안은 민법에 98조의2를 신설해 동물을 물건의 범주에서 제외하되,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했다.

다만 입법예고안은 민법상 '동물'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정의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 정하고, 구체적으로는 포유류, 조류,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파충류·양서류·어류로 한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번 입법예고안이 지난 2월 발족된 '사공일가(사회적 공존을 위한 1인가구) TF'에서 논의돼 만장일치로 제안된 법안이라고 밝혔다.

사공일가 TF는 지난 5월 2차 회의에서 이 같은 입법예고안과 함께 반려동물을 강제집행이나 담보물권의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동물이 '물건'이 아닌 법적 지위를 갖게 되면 무엇보다 타인이 반려동물을 죽이거나 다치게 할 경우 지게 되는 민·형사상 책임이 커질 전망이다.

법무부는 사람이 반려동물을 죽이거나 다치게 한 경우 가해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 마련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반려동물을 강제집행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도 논의 중이다.

현행 형법상 반려동물이 죽임을 당했을 때 가해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죄목은 재물손괴다. 반려동물이 물건이 아닌 지위를 얻게 되면 이에 대한 손질도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물보호법도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지만, 그간 적극적인 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건수는 2010년 69건에서 2019년 914건으로 10배 넘게 증가했으나, 재판에 넘겨진 인원은 304명이고 이 중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39명에 그쳤다.

정재민 법무심의관은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법 체계와 생명으로 보는 법 체계에서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 수위는 근본적으로 같기 어렵다"며 "입법예고안이 통과되면 향후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도 조절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