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취임 일주일 안에 규제를 풀겠다"
그런데 취임 100일이 지났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놓은 재건축 규제완화 카드는 없었는데요.
정부의 전향적인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데다 재건축 아파트 값이 쉼 없이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원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준공 44년 차를 맞는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82.51㎡).
최근 28억 원에 거래됐는데, 올초(23억원)와 비교해 6개월여 만에 5억 원이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노원구 상계주공 6단지(58.01㎡)도 9억 원에 거래되며 3억 원 가까이 올랐습니다.
이처럼 서울시 내 노후 아파트값이 유독 급등하고 있는데, 신축 아파트와 비교하면 상승률이 2배 수준입니다.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 바람이 불며 커진 재건축 기대감이 집값에 반영된 것이 주효했습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여전한 가운데, 종부세와 양도세 중과 등의 영향으로 서울 주요 지역 재건축 단지 기대감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세훈 시장 당선 이후 재건축 규제완화를 기대했지만 이전 시장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아파트 값은 오름세여서 오 시장이 규제완화 카드를 꺼내들기가 부담스러운게 사실입니다.
서울시는 "속도를 조절해 집값 안정화를 이룬 뒤 순차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펴고 있는 것도 오 시장에겐 넘어야 할 산입니다.
실례로 오 시장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 상황.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부족이 집값대란을 낳은 만큼 재건축 규제완화가 절실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단기적인 상승은 감내하고 (규제)를 풀어야 하거든요. 그래야 공급에 대한 동력이 생길 수 있는 거라서…어쩔 수 없이 건너야 할 강이라고 생각해요.]
10년 만에 서울시 수장 자리에 '컴백'한 오세훈 서울시장.
규제 완화란 기치를 내걸고 주택시장 안정화에 나섰지만, '신속'과 '신중'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한국경제TV 김원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