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해 대해 주의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한국은행은 19일 BOK이슈노트 '최근 인플레이션 논쟁의 이론적 배경과 우리경제 내 현실화 가능성'을 통해 "우리나라는 경제활동 정상화 과정에서 수요측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를 통해 한은은 미국에서 일고 있는 인플레이션 논쟁을 바탕으로, 통화량과 수요, 기대인플레이션 등에서 우리 경제 내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있는 지를 점검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인플레이션 논쟁은 갈수록 격화 중이다.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공급 부족에 따른 일시적 인플레이션이라고 주장 중이지만 6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4% 폭등하며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대폭을 찍었다.
우리나라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만만치 않다. 6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보다 2.4% 상승하면서 2% 대를 석 달째 이어갔다. 2018년 11월(2.0%) 이후 처음으로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 물가관리목표제인 2% 대를 넘어서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과 소비자의 향후 소비자물가 전망을 뜻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 역시 올해 2월 2.0%를 기록한 뒤 6월에는 2.3%까지 올라섰다.
한은은 "백신접종 진전에 따른 경기회복으로 억눌린 수요가 완만히 늘어나는 가운데, 경기부양책과 글로벌 성장세로 대외 수요까지 커지면서 대내외 수요 압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공급 측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 압력도 함께 주의해야 한다"고도 경고했다.
최근 원자재가격 상승, 해상운임 급등 등 공급 측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에도 상방 압력을 작용하고 있어서다.
박경훈 한국은행 조사국 전망모형팀 차장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 원자재 가격, 미국 등 선진국의 인플레이션 상승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미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 측면 요인이나 원자재 시장을 통한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재정적자에서 비롯되는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아직 물가에 대한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더 크고 재정적 물가이론은 성립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추경편성 재정정책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국가에 자극한 우려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도 기존 선진국과 같이 재정우위를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난다는 것은 어렵게 봐야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전문가들은 재정 인플레이션에 대해 한은과 달리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확장 정책은 기본적으로 생산이나 소득에 영향을 주지만 물가에도 영향을 준다"며 "더 많은 재정확장정책을 펼친 미국에서 우려가 있지만, 우리나라도 올해 추경을 더 이어간다면 유의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2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재정지출 확대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에 선을 그은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재정 인플레이션 우려에 "재정지출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유통경로를 보면 대개 한 2년 정도, 한 8분기에 걸쳐서 이와 같은 파급 영향이 전개된다"며 "올해 하반기에 물가, 특히 인플레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크지 않고 정부가 제시한 수준 내에서 물가상승률이 통제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편 한은은 "유동성과 기대인플레이션 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며 "경기회복세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유동성의 과도한 확대를 방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향후 인플레이션의 진행 경로에 대해서는 "경제주체의 기대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관리하는지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시사했다.
이어 "경제 여건 변화를 고려하면 향후 경기회복세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유동성의 과도한 확대를 방지하고, 해외·공급요인의 상방 리스크가 자기실현적 기대로 넘어가지 않도록 기대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것이 점차 중요해질 것"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