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톱' 수에즈 운하사고...원인은 역시 인재

입력 2021-07-18 19:44
수정 2021-07-18 20:56


지난 3월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 Given, 소유주 일본 쇼에이 기센, 용선사 대만 에버그린)호가 좌초해 수로를 가로막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 수습까지 엿새간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최단 항로인 운하가 막히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마비되고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꼬박 엿새 만에 수습된 사고는 수에즈운하관리청(SCA)과 사고 선박 소유주간 석 달여에 걸친 사고 배상금 협상 타결로 최근 마무리됐다.

그러나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채 운하관리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운하를 확장하겠다는 계획만 밝힌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강풍 등 악천후 속에 사고 선박에 탑승했던 이집트 도선사들의 잘못된 지시가 상황을 악화시켜, 배가 통제력을 잃고 수로 제방과 충돌해 좌초하게 됐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고 당일 동트기 전 수에즈 운하 인근의 기상이 악화했고 남쪽에서 강한 바람이 불었다. 이 때문에 운하에서 대기하던 선박들은 무선으로 날씨 걱정을 했고 닻을 내린 채 대기했다.

그러나 사고 원인 조사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운하 관리 당국에는 날씨를 모니터링해 선박들에 알리는 시스템 자체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에버기븐호의 선장은 엄청난 상업적인 압박에 굴복해 악천후에도 운항 통항을 결정했다.

에버기븐호가 홍해 쪽에서 운하에 진입할 당시 바람의 강도가 시속 49마일로 강해졌다. 강한 모래바람으로 시야는 마치 신호가 없는 텔레비전 화면 같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배는 운하에 들어서자마자 갈지자로 방향이 틀어지기 시작했는데, 방향을 수정하기 위한 도선사의 시도도 무용지물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때 운하 규정에 따라 선박에 탑승한 2명의 도선사 중 한 명이 선박의 조타수에게 극단적으로 오른쪽과 왼쪽으로 방향키를 돌리라고 지시했다는 게 선박의 블랙박스 내용을 아는 사람의 전언이다.



또 선장은 선박이 한쪽으로 향하는 상황에 개입했는데, 이로 인해 도선사와 논쟁이 붙었다는 게 사고 조사 상황을 잘 아는 사람들의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조타수가 배의 방향을 수로 한가운데로 돌리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사이에 2명의 도선사 간에도 의견 충돌이 발생했다고 한다.

위성 데이터에 따르면 방향을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배는 속도를 냈다.

블랙박스 오디오 녹음 내용을 잘 아는 사람에 따르면 당시 첫 번째 도선사가 배의 속도를 13노트(약 시속 15마일)까지 올리도록 했는데, 이는 운하 내 제한속도 8노트가 넘는 것이었다. 두 번째 도선사가 이 명령을 취소하려 하면서 도선사들 간에 논쟁이 시작됐다.

이어 선장이 속도를 낮추려 했으나 첫 번째 도선사가 선장을 밀치면서 위협을 하기도 했다고 조사 내용을 잘 아는 사람들이 전했다.

전문가들은 도선사가 속도를 높여 방향키의 통제력을 되찾으려 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속도를 높이면서 엄청난 수벽이 형성됐고, 이로 인해 '안벽효과'(岸壁效果, 높은 속도의 선박이 한쪽 현으로 부두에 접근할 때 선수가 안벽 밖으로 밀려나고 선미가 안벽으로 붙으려는 현상)가 나타나면서 수로를 막아서게 됐다고 신문은 진단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