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지만, 권위에 있어서는 나머지 영화제를 압도하는 올해 칸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한국 장편 영화는 없다.
하지만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 제74회 칸 영화제의 시작을 한국 영화인이 알렸고, 마무리도 한국 영화인이 무대에 올라 장식해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한국어로 개막을 선포했고, 한재림 감독의 신작 '비상선언'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이병헌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이병헌은 17일(현지시간) 오후 한국 배우로는 처음 칸 영화제 폐막식 무대에 올라 노르웨이 영화 '더 워스트 퍼슨 인 더 월드'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레나트 라인스베에게 여우주연상을 전달했다.
시상에 앞서 이병헌은 프랑스어로 뤼미에르 대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을 향해 인사를 건넸고, 영어로 폐막식에 오른 소감을 밝히며 유머를 선사해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올해 영화제는 저에게 특별하다"고 운을 뗀 그는 "나의 친구들인 봉준호가 개막식에 있었고, 송강호는 심사위원"이라며 "또 심사위원장인 스파이크 리와는 같은 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헌의 재치 있는 발언에 2천 석이 넘는 객석에서는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고, 리 위원장도 눈과 입을 씰룩거리며 즐거워했다.
이병헌은 수상에 감격해 눈물을 흘리는 배우와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나서 무대를 떠나면서는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는 송강호와 손바닥을 마주치기도 했다.
칸 영화제 사상 첫 흑인 심사위원장인 리 감독과 함께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송강호는 이날 감독상 수상자로 뮤지컬 영화 '아네트'를 선보인 프랑스 감독 레오 카락스를 호명했다.
'퐁네프의 연인들'로 유명한 카락스 감독은 9년 만에 선보인 신작으로 상을 받았지만, 치아에 문제가 생겨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