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안 먹히는 집값 하락 경고

입력 2021-07-16 17:37
수정 2021-07-16 17:37
# 홍남기 경제부총리 (6월30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

"갈수록 과도한 레버리지가 주택가격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입니다."

#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7월5일, 기자간담회)

"무리하게 대출을 해서 영끌을 해서 구매를 한다면 나중에 처분해야 될 시점에 자산가격이 재조정되면 정말 굉장히 힘든 상황에..."

보신 것처럼 경제부처 장관들이 최근 잇따라 집값이 과열양상이다, 버블 우려가 있다며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5월 이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3차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2차례 집값 하락론을 꺼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예측과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늘 경제뷰포인트 시간엔, 정부가 어떤 근거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는지, 왜 이 같은 경고가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따져보겠습니다. 먼저 정부가 집값이 고점이라고 보는 근거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경제당국이 집값이 고점이라고 보는 근거는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의 분석입니다. 보고서엔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이 장기추세에 비해서 많이 높아진 상태고, 소득 대비해서도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고평가 상태라는 판단이 담겼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왼쪽은 서울지역의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인데요. KB국민은행 자료로 보면 이번 정부 첫해인 2017년 10배 정도였던 이 비율이 현재는 17.4배까지 올랐습니다. 1년 소득을 다 모아도 집 사는데 17년 이상 걸린다는 의미입니다. 화면 오른쪽 파란색 그래프는 신용레버리지갭을 나타내는데요. GDP 대비 신용대출 비율의 장기 추세선을 계산한 뒤에 실제 값이 추세에서 얼마나 이탈했는지 보여주는데, 금융위기 이후 최대로 벌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렇게 주택가격이 현재 고평가돼 있으니 앞으로 조정과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경고를 정부가 하고 있는거군요?

<기자>

네. 소득과 괴리되거나 장기추세를 벗어난 주택가격은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그 갭을 메꾸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때문에 현재 고평가돼 있다면 앞으로 조정과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거죠. 관건은 조정시기가 언제일지, 또 조정 폭이 얼마나 될지 여부인데요.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선 전망을 유보했지만, 정부는 한국은행의 분석을 바탕으로 2~3년 후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2~3년이라고 본 것은 무리한 레버리지, 즉 빚을 내서 집을 사는 ‘빚투’가 늘어난 상황에서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고, 정부가 주택공급도 늘리는 시점이 맞물리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앵커> 하지만 이같은 경고가 시장에선 제대로 작동이 안 되고 있어요. 집값은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잖아요?

<기자>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전망과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값은 9주 연속, 0.1%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겁니다. 9주 전이면 대략 홍남기 부총리의 경고가 시작된 그 즈음입니다. 심지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2019년 12월 셋째 주 0.2% 이후 1년 6개월여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홍남기 부총리와 노형욱 국토부장관이 연일 "추격매수 하지 말아달라", "투자에 신중해달라" 당부하고 있지만 이 역시 안 먹히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5.1입니다. 기준선인 100을 넘어 높아질수록 매수심리가 강하다는 의미인데, 이 지수가 3개월 이상 100을 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입니다. 정부는 특히 젊은층에게 3기 신도시 공급할테니 조급해하지 말라는 신호를 여러차례 보내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 매매 가운데 2030세대 비중은 40%대로 고공행진 중입니다.

<앵커> 정부의 경고가 약발이 없는건데 "그만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시장이 신뢰하지 않는다" 이렇게 볼 수 있는거잖아요?

<기자>

정부의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이 시장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입니다. 오늘부터 사전청약이 시작된 3기신도시의 고분양가 논란도 들여다보면 정부의 말바꾸기가 단초를 제공한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2020년 7월 10일)

"저희가 이번에 3기 신도시에 공급하는 주택들의 평균 가격들이 아마 시세대비 30~40% 이하로 되지 않을까"

# 노형욱 현 국토교통부 장관 (2021년 7월 5일)

"(올해와 내년) 6만2천호의 사전청약 물량이 시세의 60내지 80%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되는 것도 좀 도움이 되리라고 보고요."

<앵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은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네요?

<기자>

김현미 전 장관의 발언은 시세의 30~40% 이하로 공급한다는건지, 시세보다 30~40%를 할인해준다는 건지 해석의 여지는 있습니다. 국토부는 일단 30~40% 할인된 가격이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해도 1년 사이에 분양가 최소할인율이 30%에서 20%로 10%포인트 축소된 겁니다. 그만큼 분양가는 비싸졌습니다. 이번에 사전분양하는 성남 복정1지구의 경우 59제곱미터 분양가가 6억8천만원이라고 하니까 10%면 7천만원 가까이 비싸진 셈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역의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도 저렴하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어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외에도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를 1년만에 백지화했고, 임대사업자 제도도 이번 정권 초엔 권장했다가 지난해엔 다시 폐지하겠다고 하는 등 부동산 정책을 놓고 여러차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앵커>

정책리스크가 시장 불안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올만 한 상황이네요. 집값 하락 경고가 먹히려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회복이 우선돼야 할 걸로 보입니다. 잘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