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델타항공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델타항공이 코로나19 중 최근 가장 유행하는 델타 변이와 이름이 같다는 불운한 처지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훨씬 강한 델타 변이는 인도에서 처음 발병해 세계 곳곳을 휩쓸고, 미국에서도 우세종이 됐다. 신규 확진자의 절반 이상이 델타 변이 감염자라는 뜻이다.
백신 접종 확대와 여행 수요 회복에 힘입어 1년 반 만의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델타 항공으로서는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한다.
에드 배스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것을 그냥 변이라고 부른다"며 의식적으로 델타라는 언급을 피했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WSJ에 델타 임원들이 사적인 자리에서 변이 바이러스와의 이름 연관성에 대해 걱정한다고 말했다.
헨리 팅 델타항공 최고보건책임자(CHO)는 지난달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그것을 'B.1.617.2 변이'라고 부르기를 선호한다. 그것이 훨씬 더 부르고 기억하기에 간편하다"라고 주장했다.
경쟁사들도 은근히 '즐기는' 분위기이다.
스콧 커비 유나이티드항공 CEO는 최근 워싱턴DC 경제클럽에서 '어떻게 변이 바이러스에 경쟁사 이름을 붙일 수 있었느냐'라는 농담조의 질문을 받자 "몇 주 전 에드 배스천을 만났을 때 그를 괴롭힐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답했다.
회사명과 변이 바이러스 사이에는 당연히 아무런 연관이 없다.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델타 항공은 초창기 농약살포 비행기 사업을 시작했던 미시시피 삼각주(delta)의 지명을 따서 회사 이름을 지었다고 WSJ은 전했다.
델타 변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전문가 조언 등을 거쳐 지난 5월 그리스 알파벳으로 주요 변이를 명명하기로 정한 데 따라 지어진 이름이다.
이러한 조치는 변이 바이러스가 최초 발생한 곳의 지명으로 불릴 경우 해당 국가와 지역에 대한 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에타, 요타, 카파, 람다 등 WHO가 '관심 변이'로 지정한 바이러스종들이 많아 시간이 흐르면서 델타 변이가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