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집값·전세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올해 들어 경기도 등 수도권으로 탈출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서울을 떠난 사람들이 유입하면서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의 집값 폭등세는 무섭다. 저소득층이 수도권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의 국내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서울을 떠난 인구(전출자)는 전입 인구보다 4만4천118명이 많았다. 인구 순유출은 월평균 8천823명이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으로는 순유출이 10만여명에 달할 전망이다.
서울의 인구 순유출은 지난 2018년 11만230명에서 2019년 4만9천588명으로 크게 감소했다가 작년엔 6만4천850명으로 늘었고, 올해 들어서는 증가 폭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일상 생활의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탈(脫)서울 행렬이 증가하는 것은 쉼 없어 오르는 서울 집값이나 전월세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경기도나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서울을 떠난 인구는 대부분 서울권으로의 통근이 가능한 경기도나 인천 등 수도권에 정착하고 있다"면서 "주택 문제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했다.
작년의 경우 서울에는 직업과 교육 등의 문제로 7만5천900명이 순유입했고 주택 문제, 가족 문제, 주거나 자연환경 문제 등으로 14만700명이 순유출했다. 이 중 주택 문제에 따른 순유출은 7만9천600명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었다.
이런 흐름은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서울 인구는 956만5천990명으로 작년 동월대비 15만4천856명이 감소했다. 여기에는 전입·전출에 출생·사망까지 포함됐다.
서울 인구는 올해 들어 6개월간 10만2천475명이 줄었는데 이는 지난 2019년 6월부터 작년 6월까지 1년간 3만6천268명, 그 전 1년간은 5만6천935명 각각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감소 속도가 빨라졌음을 보여준다.
반면 경기도 인구는 올해 들어 6개월간 7만3천654명이 증가했다. 경기도 인구는 지난 1년간은 16만2천668명, 그 전 1년간은 17만8천842명 늘었다.
서울에서 빠진 인구를 흡수하고 지방의 다른 지역 인구까지 빨아들이면서 인구가 급속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의하면 지난 6월 현재 서울 주택의 평균 매매가격은 아파트는 11억4천283만원, 단독주택은 9억2천999만원, 연립주택은 3억2천980만원이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1년 전에 비해 19.48%, 단독주택은 7.46%, 연립주택은 10.45% 각각 상승했다.
경기도 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아파트가 1년 전보다 25.18% 치솟은 5억3천319만원, 단독주택이 4.77% 상승한 5억2천984만원, 연립주택이 8.96%오른 1억9천238만원이었다.
평균 전셋값은 서울의 경우 아파트가 17.86% 뛴 6억2천678만원, 단독주택은 7% 오른 3억7천580만원, 연립주택은 11.20% 상승한 2억2천507만원이었다.
경기도 주택의 평균 전세가는 아파트가 1년 전보다 15.89% 오른 3억4천938만원, 단독주택은 3.51% 상승한 2억4천711만원, 연립주택은 8.32% 오른 1억2천628만원이었다.
서울과 인접한 지역의 집값은 지난 1년간 엄청나게 뛰었다. 고양시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년 새 45.6% 상승했다. 김포시는 45.0%, 의정부시는 44.5% 각각 치솟았다.
안산시(37.7%), 시흥시(37.6%), 용인·광주시(37.4%), 양주시(35.5%), 의왕시(35.1%) 등도 많이 올랐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주택가격과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수요가 경기·인천 등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작년에는 수원 용인 성남 등이 많이 올랐는데 올해는 작년에 다소 소외됐던 지역을 중심으로 눈에 띄게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통계청의 작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가계의 전체 자산에서 부채를 뺀 평균 순자산은 소득 하위 20%인 1분위가 1억1천877만원, 2분위가 2억1천467만원, 3분위가 2억9천225만원, 4분위가 3억9천447만원, 소득 상위 20%인 5분위는 7억9천409만원이었다.
이는 전국 기준으로 자산 상위 계층이 아니라면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매입하거나 전세를 얻기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울의 경우 저소득층은 공공 임대가 아니라면 제대로 된 보금자리를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봐야 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 실장은 "서울과 수도권은 아파트 가격이 치솟자 연립이나 다가구 주택도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많이 올랐다"면서 "정부가 정책으로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는 한편 저소득층의 주거복지에 신경을 써야 하며, 교통망을 정비해 수도권 외곽에서도 서울 접근이 용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