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지적에 몸값 낮춰…크래프톤 고평가 부담은 '여전' [증권가 공모가 뻥튀기]

입력 2021-07-07 17:29
수정 2021-07-07 17:29
<앵커>

오는 8월 초 상장을 앞둔 크래프톤의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금감원 지적에 공모가를 한차례 낮추긴 했지만 기업 실적과 매출구조를 고려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란 분석입니다.

정희형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높은 공모가로 지적을 받은 크래프톤이 공모가 밴드를 하향조정 했지만 고평가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크래프톤은 당초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등 국내외 게임사 7곳과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그룹 등 9개사를 기준으로 PER 45.2배를 산정해 공모가 밴드를 45만8천원~55만7천원으로 지정했습니다.

이후 금감원의 정정요청에 9개사 가운데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만 남기고 카카오게임즈와 펄어비스를 추가한 4개사를 기준으로 PER 43.8배, 공모가는 40만원~49만8천원으로 초안 대비 5만원가량 낮춰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공모가격 하향조정에도 여전히 비교기업들 대비 크래프톤 시총이 압도적으로 높아 고평가에 대한 우려는 여전합니다.

크래프톤 공모가가 밴드 상단으로 결정될 경우 시가총액은 약 24조원 수준인데, 같은 비교군에 있는 게임 대장주 엔씨소프트(약 18조원) 보다 6조원가량 높고 게임사 시총2위인 넷마블 보다는 2배가량 높습니다.

최근 실적을 보면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크래프톤이 엔씨소프트를 앞질렀지만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기준은 엔씨소프트가 우세합니다.

현재 크래프톤 매출 구조가 '배틀그라운드'라는 하나의 히트작에서 나온다는 점 역시 공모가 고평가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게임업계에서도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쏠림 현상과 함께 게임산업 특성상 한 게임을 오래 서비스하다보면 자연스레 유저수가 감소한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는 입장입니다.

[게임업계 관계자: 아직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라는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 했고, 높은 평가를 받기위해서는 숙제를 해결해야 하고, 게임이라는 산업 자체가 점차 서비스를 오래할수록 하향평준화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극복해서 실적으로 장밋빛 전망을 보여줄 수 있을지 증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실제 크래프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매출의 96.7%가 배틀그라운드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배틀그라운드의 영업수익이 감소할 경우 사업과 실적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기재해, 자사 스스로 한 게임 사업 의존에 대한 위험성을 인정했습니다.

반면 같은 비교군에 있는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등은 이미 복수의 게임 라인업으로 매출 다각화가 이뤄져 크래프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체 매출에서 중국 게임사인 텐센트의 로열티 수익이 70%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만큼 게임사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중국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처럼 공모가가 고평가 됐을 경우 실제 투자자들에게는 실익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공모주펀드 운용사 관계자: 상장 당일 엄청나게 거래가 될 것이잖아요. 그러면 손 바꾸는 과정에서도 사람들이 사고 그러잖아요. 비싸게 상장하는 경우에는 상장시장에서 관심 갖고 매수한 투자자들에게는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에요. 공모주가 상장해서 그 회사에 관심을 갖고 그 회사의 성장성 보고 투자했는데 바로 손실을...]

공모가 대비 상승률도 제한적일뿐더러 상장 이후 주가가 약세를 보일 경우 신규 유입된 투자자들은 오히려 손실을 볼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습니다.

한국경제TV 정희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