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는 부르는 게 값"…서울 전세난 가을까지 가나

입력 2021-07-06 07:57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이 다시 변동 폭을 키우며 오르고 있다.

이번 전세난의 진원지는 '강남'이다. 최근 재건축 이주 수요로 촉발된 강남발 전세난이 인근 지역으로 번지면서 '전세난 도미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6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한 달 동안 0.08∼0.11% 수준으로 오르며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작년 7월 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도입한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급등해 올해 초까지 0.10%대 상승률을 이어가며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수도권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이 담긴 2·4 대책이 나온 뒤 진정되기 시작해 2월에 0.07%, 3월 0.03%, 4월 0.02% 수준까지 상승 폭을 줄였다.

5월 0.03∼0.04% 수준에서 관리되던 전셋값은 5월 마지막 주 0.05%로 상승 폭을 다시 키우더니 6월 들어서는 0.08%, 0.11%, 0.09%. 0.10%로 변동 폭을 키우며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의 서울 전셋값 상승은 서초구가 견인하고 있다.

서초구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주간 누적 기준으로 6월 한 달간 1.65% 올라 서울 평균(0.38%)의 4배를 웃돌았다.

2위인 동작구(0.67%)와 비교해도 2.5배 높은 수준이고, 송파구(0.63%), 강동구(0.50%), 강북구(0.44%) 등 상승률 상위 지역과 3배 안팎으로 격차가 난다.

서초구 전셋값은 2·4 대책 직전까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좀처럼 꺾이지 않다가 2·4 대책 직후 0.11%에서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4월 0.00%까지 상승 폭을 줄였다.

그러던 것이 5월 1∼3주 0.01∼0.07% 사이에서 꿈틀대기 시작해 5월 3∼4주 0.16%, 0.26%로 튀어 올랐고, 6월 1∼4주에는 0.39%, 0.56%, 0.36%, 0.34%로 급등해 2015년 3월 이후 6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서초구 전셋값 급등은 반포동 재건축 단지의 이주 영향이 크다.

지난달 반포 1·2·4주구 2천210가구가 재건축 이주를 시작하면서 전세 물량도 함께 줄고, 이주 수요가 인근으로 옮겨가면서 전세가 품귀를 빚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초구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전날 기준 2천950건으로, 2개월 전(3천54건)보다 3.5% 줄었다. 이 가운데 반포 1∼4주구가 있는 반포동은 같은 기간 17.9%(918→754건) 줄어 서초구에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우면동(-17.6%)과 잠원동(-5.8%) 등도 매물이 줄었다.

반포 3주구 1천490가구 역시 재건축을 위해 곧 이주할 예정이어서 전세난은 더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반포동 T 공인 대표는 "재건축 이주 수요가 주변 단지로 옮겨가면서 공급이 수요에 턱없이 못 미치는 상황이다. 미리 이사 준비를 했겠지만, 막상 또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니 주변 전셋값이 더 오르고 들썩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