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달앱 2위 요기요 인수전이 흥행몰이에 실패했다. 유력한 후보자로 꼽혔던 신세계와 롯데 등 자금력이 탄탄한 유통 대기업들이 모두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사모펀드들만 남은 형국이다. 매각 시한은 8월 2일로 잡혀 있다. DH 입장에선 불리한 형국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진행된 요기요 본입찰에 신세계·롯데 등 유통 대기업이 불참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유통과 배달 플랫폼 접목 시의 시너지를 면밀히 검토했지만,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세계에 이베이코리아 인수 기회를 뺏긴 롯데 측 역시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요기요의 독특한 매각 상황도 부담요인이다. 요기요 인수는 공정위의 독과점 해소 명령이 배경이다. DH가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을 품에 안기 위해 2위인 요기요를 파는 상황이라 인수자는 DH 측에 자금을 전달할 수 밖에 없는 기형적 구조다. 2등을 인수하기 위해 1등에게 1조~2조원에 이르는 몸값을 수혈해 준 뒤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해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MBK파트너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등 사모펀드들만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기대와 달리 전략적투자자(SI) 대신 재무적투자자(FI)들만 전면에 나선 셈이다. 요기요가 사모펀드에 넘어갈 경우 경쟁사에 재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높은 몸값도 흥행 실패의 원인이다. DH 측은 요기요의 몸값을 최대 2조원으로 잡고 있지만 인수 후보자들은 1조원대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어 양측 간 괴리가 큰 상황이다. 현재 국내 배달앱 업계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지만, 요기요는 하락세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요기요는 32.3%에서 올해 4월 말 기준 23.8%로 떨어졌다.
때문에 매각 시한까지 거래가 성사될지 미지수다. 공정위가 DH에 제시한 매각 시한은 8월 2일. 협상 시한 등을 감안하면 최소 7월 초 정도에는 인수 후보자의 윤곽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인수자들 입장에선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최대한 시간을 끌려 할 가능성이 높아 DH가 원하는 가격에 매각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일각에선 DH가 공정위에 매각 기한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공정위로부터 합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받는다면 매각 기한을 6개월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한이 연장될 경우 일단위로 붙는 과징금은 DH에 또 다른 부담이다. 요기요를 팔아야 하는 DH의 셈법이 복잡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