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IRP 수수료 '0원' 랠리···은행독주 제동 '머니무브 가속화'

입력 2021-06-29 17:35
수정 2021-06-29 17:35
<앵커>

증권사들이 개인형 퇴직연금, IRP 고객을 모시기 위해 수수료 무료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증권사의 공격적 고객 유치에 관련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던 은행들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보도에 문형민 기자입니다.

<기자>

개인형 퇴직연금, IRP는 ETF(상장지수펀드)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 개인이 직접 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품에 대해 증권사가 연간 최대 0.5%의 수수료를 앞다퉈 면제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삼성증권이 수수료를 받지 않는 IRP 계좌를 내놓은 이후,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유안타증권까지 이런 움직임에 동참했습니다.

[장성철 유안타증권 리테일전략본부장 : 이번에 수수료 제로라는 파격적인 결정을 했고요. 온라인으로 계좌를 개설하시거나 지점에 오셔서 상담을 하시고 계좌를 개설하셔도 IRP 수수료는 무료입니다.]

이에 한화투자증권과 KB증권도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증권사의 '수수료 0원' 공세에 굳건히 관련 시장 1위를 지키던 은행이 위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IRP 신규 가입 계좌수는 3만 3,900여개로 올해 5개월간 평균인 6만 4,700여개에서 반토막이 났습니다.

또 같은 기간 은행과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넘어온 IRP 금액은 3,811억원으로 매년, 매분기마다 그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IRP 적립금을 비교해보면, 지난 1분기 증권사 규모는 9조 1,1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나 늘어났습니다.

반면, 은행은 26조 4,000억원 정도로 규모는 크지만 전년 동기 대비 23.6% 오르는 데 그치며 증권사의 상승률과 대조를 보였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으로 IRP를 운용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받지 않으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며 "수수료 무료 정책은 없을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증권사들의 IRP 수익률이 은행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머니무브의 주요 배경으로 꼽힙니다.

지난 분기 신영증권은 27.4%, 유안타증권 13.4%, 한국투자증권 12.5% 등 평균 11.2%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5대 시중은행의 수익률은 하나은행이 6.07%, 신한은행 5.96%, KB국민은행 5.77% 등 평균 4.7%로 증권사의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0원의 수수료와 높은 수익률 덕분에 증권사로의 머니무브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문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