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이어 게임업체 크래프톤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터졌다.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크래프톤 직원 일부가 A 유닛장과 B 팀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사내 인사팀에 고충 신고를 했다. 이들 중 일부는 변호사를 선임해 이런 내용을 이날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에 우편으로 신고했다.
이들은 진술서에 지난해 10월 조직 개편으로 두 사람이 상관으로 부임하면서 지속적인 고통을 겪었다고 적었다.
진술서에 따르면 A 유닛장은 팀장 회의에서 "앞으로 업무가 늘어날 것이니 더 쥐어짜야 한다"며 야근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 제도로 보장된 보상 반일 휴가는 사용하지 말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한 직원은 이명이 발병해 이를 악화시킬 수 있는 관련 업무를 줄여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으나, B 팀장은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일축했다.
연장·휴일 근무와 관련해 반발이 일자 B 팀장은 팀 회의에서 "A 유닛장은 누구 한 명을 찍으면 끝까지 괴롭힌다. 이전에 사례가 있었는데 정말 무서웠다. 저는 우리 팀에서 그런 사람이 나오는 것을 정말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B 팀장은 연봉 협상 기간에 "A 유닛장이 자기보다 연봉이 높은 소속 직원이 있다는 사실에 매우 화가 난 상태이다. 그 연봉 높은 사람이 우리가 아니라 너무 다행이다. 우리였으면 얼마나 괴롭힘을 당할지 생각만 해도 너무 무섭다"고 전했다.
A 유닛장은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한 직원에게 1평짜리 전화부스로 출근해 그곳에서 업무와 식사를 모두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회사 측의 방역 조치와 무관한 것으로, 다른 팀은 정상적으로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본인 자리에서 근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A 유닛장은 팀장 시절이던 작년 초 다른 직원과의 면담에서 '위'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내가 마음만 먹으면 보고하고, 당신을 일하는 동안 숨 막히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피해 직원들은 업무 스트레스로 정신건강 전문의 상담을 받고 우울증 약을 먹는 등 지속적인 고통을 호소했다.
이들의 고충 신고를 접수한 회사 측은 외부 노무사를 통해 자체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피해 직원들은 사측의 대응에도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 피해 직원이 면담에서 변호사를 대동하겠다는 뜻을 전하자 사측은 '진솔하게 얘기하는 자리이고 법률적으로 다툼이 있는 사안이 아니기에 법률대리인 동행은 불필요하다'며 이를 거부했다.
고충 신고를 제기한 직원이 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되는 일도 있었다.
크래프톤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회사는 구성원 보호를 위해 최대한의 조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으로 일약 대형 게임 업체로 발돋움한 크래프톤은 내달 증시 상장을 앞두고 기업 가치를 최대 35조원으로 자체 평가하는 등 국내 최대 게임사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공짜 야근'으로 악명 높은 포괄임금제를 고수하는 등 직원 복리·후생 측면에서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회사 남성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3년, 여성은 1.2년에 그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