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노트북으로 도지코인 채굴했더니…폭락할 때가 타이밍? [월급이 모자라]

입력 2021-06-25 17:25
수정 2021-06-25 18:09





《'월급이 모자라'는 빠듯한 월급으로 소비를 포기해야 했던 직장인들에게 '돈 되는 부업'을 찾아드리는 이지효 기자의 체험기입니다.》

2017년을 기억하십니까? 누군가에겐 뼈아픈 한 해였을 겁니다.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뛰었다가 갑자기 급락했죠. 저도 이때 정확히 300만 원을 잃었습니다. 남들 다 벌고 나올 때 아버지께 돈까지 빌려 호기롭게 찾은 암호화폐 시장은 제게서 한 달 월급을 앗아갔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죠. 올들어 "비트코인으로 수십배를 벌었더라" "친구 OO이 돈 벌어서 명품백 사줬다더라" 이런 소리가 제 귀에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MAML) 지난해 전 세계 펀드매니저 21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총 5,34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응답자들의 15%는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거래되는 투자 종목으로 꼽기도 했죠. 금이나 채권 같은 전통적인 투자 자산군을 제친 것입니다.



장기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들이 매수세에 가담하면서 "이번엔 2017년과 다른 거 아니냐" 싶었죠. 그런데 저는 아픈 과거가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 웬걸. 내 돈을 하나도 들이지 않고도 코인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암호화폐를 사지 않고 직접 채굴하는 건데요. 그렇습니다. 이번 <월급이 모자라>의 도전은 '도지코인 채굴' 입니다.







● 왜 비트코인이 아니고 도지코인인가



도지코인은 비트코인과 달리 발행량에 제한이 없어서 저같은 사람이 채굴하기 유리하다고 합니다. 암호화폐는 발행할 때부터 얼마나 공급할 것인지 발행량을 정해두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예를 들어 암호화폐 대장주라고 할 수 있는 비트코인도 총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됐고 현재 1,800만 개 가량 채굴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런 경우는 희소가치가 생기기 때문에 수요만 있다면 가치는 시간이 지날 수록 높아지겠죠.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미 대부분이 채굴되어 매우 소수의 채굴업자와 일부 금융 자본의 손에 들어가 있습니다. 채굴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 앞으로 나올 양은 미미한 수준이죠. 반면 도지코인은 발행량에 제한이 없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비트코인에 비해 채굴 난도도 100만배 이상 낮고, 그만큼 전력 소모도 적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도지코인이 태어날 때 1개당 1~2원 했던 게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부담 없이 보유할 수 있고 장난으로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었던 거죠. 여기에 '밈(Meme)' 시바견으로 상징되는 도지코인의 귀여운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악의가 없고 유쾌한 도지코인 커뮤니티의 분위기 또한 도지코인이 살아남은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도지코인의 '파더'를 자처한 일론 머스크의 입방정에 도지코인 가격이 요동치고 있죠. 돈이 되기 시작하면서 기관이나 전문 투자자들의 눈에 들기 시작했고, 결국 10년 전보다 100배가 뛰는 결과를 낳았죠. 이쯤되면 장난이 아닌 겁니다.



● 컴맹도 문과도 가능핟 '도지코인 채굴'



코인을 채굴하려면 채굴한 코인을 담을 지갑을 먼저 준비해야 합니다. 암호화폐를 담은 지갑이다 보니 이름하여 '전자지갑'. 제가 4년 전에 암호화폐에 투자하면서 만들어 둔 계좌가 있다는 거 말씀드렸죠. 그래서 편의상 이 거래소에서 전자지갑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대부분의 거래소가 암호화폐 거래를 중개하면서 동시에 이런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이제부터는 도지코인을 위한 전자지갑을 추가로 만들어야 하는데요. '입금계좌' 버튼을 누르고 원하는 코인을 선택하면 지갑 주소와 함께 QR코드가 뜹니다. 채굴을 할 때 이 주소를 입력하거나 QR코드를 이용하면 채굴된 도지코인이 바로 전송이 된답니다.







저는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나눠준 노트북에 도지코인 채굴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unMineable' 사이트를 이용했고요. 채굴할 코인에 (저희는 도지코인이겠죠?) 맞는 프로그램을 다운받으면 됩니다. 자, 이제 시작인데요.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앞서 거래소에서 만든 도지코인 전자지갑 주소를 기재합니다. 생각보다 아주 간단한 작업이었는데요.



떨리는 마음으로 채굴 버튼을 눌렀지만 시작이 안됐습니다. 제가 가진 노트북의 GPU 성능이 좋지 않아 채굴이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CPU가 남았죠? 채굴 방법을 GPU에서 CPU로 바꾸니 드디어 채굴 프로그램이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직접 코인을 사면 손실의 위험이 있지만, 채굴은 전기세와 시간에 대한 비용만 들기 때문에 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덜했어요.











☞ 여기서 잠깐?

채굴 프로그램 가장 하단에 있는 해시레이트(Hashrate)는 도대체 어떤 걸 의미할까요? 처음에 저는 이게 채굴된 코인의 양을 의미하는 줄 알고 굉장히 좋아했답니다. 해시레이트는 쉽게 말해서 얼마나 많은 채굴기가 어떤 코인을 얼마나 채굴하고 있냐는 수치입니다.



다시 말해서 해시레이트가 올라가면 많은 사람들이 채굴을 위해 더 힘을 쏟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면 채굴하기가 어려워져서 경쟁력도 높아지겠죠. 그럼 시세도 따라서 오를 수 있으니 일반적으로 좋은 신호입니다. 반대로 낮아지면 채굴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져 경쟁이 수월해지겠죠.







● 내가 쓰는 노트북으로 채굴이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되긴 됩니다. 다만 GPU에 비해서 CPU의 연산속도가 불리하기 때문에 성능이 한침 뒤처집니다. 이렇게 말씀 드리면 이해가 쉬우실 지 모르겠어요. GPU 채굴이 자동차를 타고 가는 것이라면 CPU 채굴은 걷는 수준이라는 거... 노트북 CPU로 채굴하니 돌아가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느릿느릿 진행됐습니다.



게다가 컴퓨터를 하면서 남는 자원으로 채굴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노트북에서 오직 채굴 프로그램만 켜놓고 24시간을 돌려본 결과 정확히 0 도지를 벌었습니다.(24시간이었으니까요...) 제가 알려드린 사이트는 무료이지만 기본 1% 수수료를 떼가고, 30 도지 이상을 모아야 인출이 가능하니까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여기에서 의문이 드실 겁니다. 괜찮은 GPU를 사용해서 채굴하는 경우는 채굴 성적이 어떨까? 한 유튜버는 "한달 채굴해서 고기 사 먹을 정도로 모았다"고 하고, 요 몇년간 채굴에 필요한 GPU, 그러니까 그래픽카드가 품귀현상을 빚는 것만 봐도 회사에서 준 노트북보다는 잘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저희 <월급이 모자라> 메인 PD인 해리 PD의 데스크톱에서 채굴을 해보기로 했는데요. 회사는 해리PD에서 꽤나 성능이 좋은 GPU가 든 컴퓨터를 줬더군요. '엔비디아 지포스 알티엑스 2070 (Nvidia Geforce RTX-2070)' 이었습니다. 과연 성능이 달리는 제 노트북보다 비교적 많은 양을 채굴할 수 있더라구요. 24시간 동안 2.4 도지를 벌었는데, 당시 시세가 400원 정도였으니까 하루 만에 960원 정도.. (안타깝게도 지금은 시세가 이때보다는 떨어졌죠..)



● "전기세냐, 도지코인의 미래가치냐"



암호화폐 채굴은 직접 땅을 파는 게 아니니 전기세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장에서 소모하는 전기가 스위스 전체 전기 소모를 웃돈다는 분석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저희도 전기폭탄을 맞는 건 아닌가 걱정이 많았습니다. 혹시나 싶어 전기요금 측정기를 통해 전기료를 알아봤는데요. 24시간 동안 0 도지에 그친 제 노트북의 전기세는 103원이 나왔고요. 2.4도지나 캐낸 해리PD의 데스크톱에서 나온 전기료는 1,409원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적자를 보기는 했지만 길게 보면 도지코인 채굴은 충분히 해볼 만한 부업입니다. 전망이 엇갈리고는 있지만 도지코인은 인플레이션율이 공개된 만큼 투자 리스크가 적습니다. 게다가 도지코인의 쓰임새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앞서 스페이스X의 우주탐사 펀딩에 활용할 계획을 머스크가 밝히기도 했고,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계 차 브랜드 '어반티' 에서도 도지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쓸 예정입니다. 또 북미 최대 IT 온라인 쇼핑몰인 '뉴에그' 는 이미 도지코인 결제를 시작했죠. 무엇보다 도지코인은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 상장해 주류 암호화폐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도지코인의 가치를 거품으로만 볼 게 아니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마이크 부셀라 블록타워캐피털 파트너는 "도지코인의 진짜 가치는 오늘날의 '밈 문화'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새로운 공급방식을 구현한다면 도지코인 가격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죠.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코인이 되겠다"는 도지코인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지금의 불확실한 경제 상황, 그리고 통화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록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날아오를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월급이 모자라> 이지효였습니다.



▶ <월급이 모자라> "도지코인 채굴" 편의 더 자세한 내용은 27일 오후 6시에 유튜브에서 확인하세요. 클릭! https://youtu.be/j1XgdpWbby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