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 시대가 임박하면서 보안시스템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해킹으로 인한 사고 등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인데요.
그런데 차량 보안에 대한 인증 방식을 놓고 정부와 자동차 업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신재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영화 '분노의 질주' 속 한 장면입니다.
해킹된 차량들이 한 방향으로 달리면서 통제불능의 아비규환 상태가 됩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런 상황이 현실이 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대가 임박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유럽과 일본 등 각국 정부는 해킹 등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차량 보안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 역시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차량 보안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구축하는 내용의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법안에 자동차 업계에 사고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점입니다.
자동차 업계가 원하는 보안인증 방식은 '형식승인'으로, 국가나 감독기관이 안전기준을 정하고 직접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이미 유럽과 일본이 채택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자동차가 보안 안전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자동차 제조사가 스스로 인증하는 '자기인증' 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 : (자율주행차에 대한) 해킹 방식이 계속 진화할 거고, 너무 다변성이 많기 때문에 (자기인증 제도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입법에 앞서 차량 보안 프로그램의 객관적 기준부터 마련해야 하고 입법 과정 또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가 주축이 돼 진행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 : 정부가 갑이다 보니깐 제작사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가 상당히 많거든요. 그래서 기술적인 면에서 더 많이 아는 제작사와 관련 규정이나 그것에 따른 제작, 제정 문제점에 대해서 잘 아는 정부를 떠나서 자동차 전문가가 외부에서 참여를 해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 시행이 불과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와 업계가 어떤 형태로든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한국경제TV 신재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