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대만·미국에 이어 일본으로 반도체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에서 글로벌 1위 자리를 노리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TSMC가 파운드리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만의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11일 보도했다.
앞서 일본 언론은 TSMC가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반도체 연구개발 시설을 건설하기로 했으며 일본 정부가 TSMC에 약 190억엔(2천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설 공장에는 16나노미터(㎚, 1nm는 10억분의 1m)와 28나노 공정이 도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경쟁이 치열한 5나노급 이하 첨단 미세화 공정은 아니지만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 최근 공급 부족 사태가 심화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과 TSMC의 협력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 강화 움직임 속에 양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일본은 1980년대 반도체 강국을 재건할 기회를 모색하는데 있어 세계 최고의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필요하고, TSMC는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대신 점유율 확대를 위해 일본과 손 잡았다는 분석이다.
닛케이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 등으로 경제 안보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TSMC 공장 유치에 나서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뒤처진 반도체 산업을 재건할 결정적 카드로 TSMC 공장 유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TSMC는 앞서 미국에서도 대규모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지난해 화웨이 제재 등 미중 무역분쟁 속에서 발빠르게 미국 편에 서며 미국의 환심을 샀고, 최근엔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을 총 6개 라인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애리조나 1개 라인 투자비가 120억달러(약 13조4천억원)에 달하는데 이를 6개로 늘리면 투자비가 8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TSMC가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역대급 호실적이 뒷받침된 까닭이다.
올해 1분기 TSMC는 매출 129억달러(약 14조5천억원), 영업이익 53억6천만달러(약 6조원)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삼성전자보다 매출은 4조원 이상 작은데 영업이익은 2배 가까이 높은 결과치다.
TSMC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말 기준 5천432만9천300만달러(약 605조7천717억원)로 1년 전에 비해 96.3%나 급등하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 시총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위인 삼성전자와 TSMC와의 시총 격차는 5월말 기준 1천179천만달러로, 1년 전보다 10배 수준으로 벌어졌다.
TSMC의 진격을 지켜보는 국내 반도체 업계와 삼성전자의 속내는 편치 못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K반도체' 전략에서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도 1위 자리에 오르기 위해 2019년도에 계획했던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투자금액을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연평균 투자금액은 15조∼16조원 선으로, 연평균 35조∼40조원을 쏟아붓는 TSMC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시설 투자비는 32조9천억원으로 TSMC 못지않지만 연 20조원 이상은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써야 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부재와 지속되는 사법리스크 속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제2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추진중이나 아직 투자를 확정하지 못했다. 공사에 들어간 평택캠퍼스 3라인(P3)에는 파운드리 설비를 얼마나 들여올지 미정이다.
디지털전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