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엠넷 안나오네…CJ ENM, LGU 모바일tv '철수'

입력 2021-06-12 10:48
수정 2021-06-12 16:09
기업들의 '강대강' 매치에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게 됐습니다. 12일부터 LG유플러스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U+모바일tv'에서 실시간 CJ ENM 채널을 볼 수 없게 된 겁니다. 두 회사의 콘텐츠 사용료 협상이 끝내 결렬됐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tvN, tvN 스토리, O tvN, 올리브, 엠넷, 투니버스 등 10개 채널이 '블랙아웃(송출중단)' 됐습니다.



● 확연한 입장 차…끝내 협상 결렬

갈등은 지난달 20일 LG유플러스·KT·SK브로드밴드 등 IPTV 3사가 성명서를 통해 "대형 콘텐츠 사업자의 콘텐츠 공급 가격을 IPTV 25%, OTT는 1,000% 인상 요구한다"고 폭로하며 불거졌습니다. 인상 폭이 너무 클뿐더러 IPTV를 핸드폰으로 옮긴 서비스에 불과한 OTT에 별도의 가격을 매기는 게 부당하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CJ ENM이 자사 OTT '티빙'을 밀어주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의심도 나왔죠.

이에 대해 CJ ENM은 "IPTV들이 콘텐츠 가치를 지나치게 저평가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나아가 IPTV에 가입하지 않아도 OTT 가입·이용이 가능한 점, 'VR콘텐츠' 등 OTT 이용자만을 위한 서비스가 따로 있다는 점을 근거로 반박했습니다. 강호성 CJ ENM 대표도 직접 지난달 31일 "프로그램 제작 시 받는 수신료가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제값 받기 필요성을 주장했죠. 정부가 중재에 나섰지만 양측 입장이 워낙 확고해 타협점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 몸값 오른 콘텐츠에 CJ ENM 협상력↑

사실 국내 방송시장에서 이러한 갈등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지난해에도 딜라이브와LG유플러스가 CJ ENM과 비슷한 마찰을 빚었죠.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CJ ENM의 문제로 보이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지상파도 곧 협상을 앞두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달라진 건 콘텐츠의 가치입니다. 현재 방송 환경은 양질의 콘텐츠를 찾는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콘텐츠 경쟁력이 곧 플랫폼 경쟁력으로 연결되죠. 반대로 IPTV들은 모바일 환경이 보편화되고, OTT까지 등장하며 예전만큼의 지배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콘텐츠 기업들의 협상력이 높아졌다고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CJ ENM 등 국내외 콘텐츠 사업자들이 프로그램 품질을 크게 올려놓은 것에도 주목합니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CJ ENM으로선 투자비를 회수해야 하고, 동시에 지속적인 콘텐츠 투자를 해야한다"고 평가합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처럼 등 거대 자본으로 무장한 글로벌 콘텐츠가 국내에 상륙하는 상황에서 '헐값 넘기기'를 계속하다간 콘텐츠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우려가 있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 대책 없는 정부…KT 시즌 협상 마감도 임박

양사의 갈등을 중재하고, 무엇보다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하지만 쉽지 만은 않습니다.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죠. 최 교수는 "시장에만 맡겨두면 이용자들에게 피해가 간다"라며 "정부기관의 역할은 시청자들의 권리를 보호해 주는 건데,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일정한 규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KT의 OTT '시즌'과 CJ ENM도 협상 마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공급 중단을 예고한 LG유플러스보다는 상황이 나아 보이지만, 양측 입장이 평행선이라는 점은 마찬가지라는 게 업계 목소립니다. 김 연구위원은 "사업자들이 서로가 동료라는 의식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하며 "기준을 만들고 협상을 통해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라고 진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