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번 나라에도 세금 내라"…100년 조세원칙 '수술대' [김보미의 뉴스카페]

입력 2021-06-07 17:35
수정 2021-06-07 17:35
<앵커>

이어서 두 번째 소식은 어떤 겁니까?

<기자>

두 번째는 자료영상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보시죠.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국제 최소 법인세율은 바닥까지 내려간 법인세 인하 경쟁을 끝내고 미국과 전 세계의 중산층, 노동자와의 공정성을 보장할 것입니다]

두 번째 소식은요.

미국, 영국 등 주요 7개국 재무장관이 현지시간으로 5일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합의”했다는 내용입니다.

최저 법인세율. 어렵게 들릴 수도 있는데요.

한마디로 국가가 법인세율을 아무리 낮춘다 하더라도, 15% 밑으로는 떨어뜨리지 못하도록 하겠다라는 겁니다.

<앵커>

조세피난처라고 하죠.

다국적기업들이 법인세를 적게 내는 나라로 본사를 옮기는 일들이 그동안 문제가 됐는데 이걸 겨냥한 걸로 보여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조세회피처를 통해 세금을 상대적으로 덜 냈던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거구요.

또 낮은 법인세율로 글로벌 기업을 유치해왔던 나라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아일랜드인데요.

아일랜드 법인세율은 12.5%로 서유럽에서 가장 낮습니다.

아일랜드는 이런 낮은 법인세율을 이용해서 구글, 애플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유럽본부를 유치했는데요.

아일랜드는 법인세율을 15%로 올리게 되면, 연간 법인세의 1/5 가량을 잃게 된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미국이나 선진국들은 자기나라 기업들을 자국으로 불러들일 수 있으니까 세금도 더 걷을 수 있고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겠죠.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이번 합의안에서 눈여겨 볼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자료 화면을 준비했는데요.

“이익률이 10%를 넘는 글로벌 기업의 경우, 초과 이익의 20%는 사업을 하는 국가에서 내도록 한다”는 내용입니다.

<앵커>

말이 좀 어려운데요?

<기자>

좀 더 쉽게 설명드리면요.

지금까지 기업들은, 기업이 위치한 ‘국가’에 세금을 납부해 왔습니다.

그래서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세계 각지에서 큰 수익을 내고도

정작 세금은 본시나 지사가 있는 일부 국가에만 낸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었죠.

그런데 앞으로는 기업 본사가 위치한 나라는 물론이구요.

이외에 “수익이 발생한 나라에도 세금을 내라”라는 이야기입니다.

<앵커>

본사가 속한 곳에다 세금을 낸다 라는 걸 우리가 '속지주의'라고 하죠.

거의 100년만에 이런 속지주의 원칙이 폐지가 된다 라고 볼 수 있겠는데,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도 다국적 기업들에 세금을 강하게 물 수 있게 되겠죠?

<기자>

맞습니다.

구글과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 그리고 법인세 자료를 들고 와봤는데요.

비교해 보겠습니다.

일단 매출은 수치 상으로만 보면 네이버가 압도적입니다.

네이버가 지난해 5조3041억원, 구글코리아가 2201억원이죠.

이렇게나 매출액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요.

바로 구글코리아의 가장 큰 수익원인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을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아시아퍼시픽으로 따로 빼서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가 법인세율이 낮은 대표적인 국가로 꼽히는 만큼, 세금을 덜 내기 위해서 이런 방법을 택했던 거죠.

매출이 이렇게나 차이가 나니까 당연히 법인세도 벌어지는데요.

지난해 구글코리아는 법인세로 96억원을 냈는데, 네이버는 4,925억원을 납부했습니다.

<앵커>

한국에서 안드로이드폰으로 앱을 쓰는 사람이 상당히 많을텐데 법인세로 96억원 내는 건 정말 말이 안되는 것 같아요.

<기자>

맞습니다.

때문에 이번 합의안이 최종 결정된다면 우리나라가 구글에 걷어들이는 세금은 수천억원대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앵커>

그런데 우리 기업들도 해외에서 사업을 많이 하고 있잖아요.역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타격은 없는 걸까요?

<기자>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단 구체적인 업종이나 기준이 나오지 않은 데다 과세방식도 정해지지 않은 만큼 대상기업은 물론이고 그 영향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는데요.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우월한 시장 점유율을 가진 국내 기업은 많지 않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률이 10%를 넘는 기업은 삼성전자(12.3%), SK하이닉스(14.9%), 네이버(34.9%), 카카오(16.9%), 삼성바이오로직스(25.1%),셀트리온(41.6%) 등이었습니다.

<앵커>

다행인 부분입니다. 최종 합의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죠?

<기자>

맞습니다.

이번안은 G7 재무장관들끼리 합의한 내용일 뿐 아직 조율과정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당장 오는 11~13일, G7정상회담에서 최종합의를 조율할 예정이구요.

7월과 10월에는 G20으로 범위를 넓혀서 다시 논의합니다.

때문에 우리나라로서는 향후 최종합의안이 나올 때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사실 이번 조치는 서구열강들이 중국을 견제하는 움직임으로 해석이 됩니다.

다자주의를 통해서 자신들이 잃어버린 경제 패권을 되찾겠다라는 의지로 풀이되는데 결과적으로 모든 나라들이 동의해주지 않으면 분명 어려운 부분이 있거든요.

당장 앞으로 중국이 동의를 할 지 여부가 관건인데, 중국에는 조세피난처 홍콩이 있잖아요.

진통이 예상되는 부분입니다.

김보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