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 日기업 상대 손배소 1심 각하

입력 2021-06-07 14:25
수정 2021-06-07 14:53
피해자들 "말문 막혀, 즉각 항소"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 법원이 각하 판결을 내렸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으로, 원고 패소 판결과 동일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7일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개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거나 포기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여러 소송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피해자들은 17곳의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1곳에 대해서는 소송을 취하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과는 상반된다. 당시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일본 기업들이 1인당 1억원씩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하며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피해자들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피해자들 소송대리인인 강길 변호사는 이날 1심 판결 직후 취재진에게 "자세한 내용은 판결문을 봐야 하지만 오늘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정반대로 배치돼 매우 부당하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배상)청구권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논리적으로 심판 대상으로 적격이 있다는 것인데, 재판부가 양국 간 예민한 사안이라 다르게 판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피해자들은 강제로 징용돼 임금도 받지 못한 부당한 상황이기에 최소한의 임금과 그에 해당하는 위자료는 배상이 돼야 하고, 한일 관계도 그 같은 기초 위에서 다시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