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1시부터 정부는 잔여 코로나 백신이 버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백신 예약 시스템을 오픈했다.
'노쇼 백신'이라고도 부르는 잔여 백신은 의료기관에 코로나 백신 접종을 예약했던 사람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병원에 나타나지 않을 때 남는 백신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병(바이알)을 개봉하면 10∼12명에게 접종할 수 있다.
한 번 개봉하면 당일에 사용하는 게 원칙이라, 아까운 백신을 낭비하지 말자는 데서 나온 제도다.
28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네이버·카카오앱 당일 잔여 백신 예약을 통해 접종받은 사람이 4천여명(앱 이용 아닌 일반 대기자 포함 6만 2천여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잔여 백신 접종이 '하늘의 별 따기' '보여주기 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TV는 실제로 27일부터 28일까지 앱을 통한 잔여 백신 신청을 시도해 봤다.
●서울 시내 병원 '잔여 백신, 앱까지 갈 물량 거의 없다'
앱을 통한 잔여 백신 접종이 보여주기 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물량 문제다.
잔여 백신 자체 물량이 취소분이다 보니 많지 않고, 간혹 나와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특히 백신 공급량에 비해 접종 희망자가 많은 서울 등 수도권의 경쟁이 치열했다.
여의도에서 이비인후과를 운영하는 A 원장은 "앱이 나오기 이전부터 전화를 통해 잔여 백신 신청은 가능했던 상태"라며 "그러다보니 이미 전화로 잔여 백신이 나오면 알려달라고 예약한 사람만 200명 이상인데, 1차 병원이라면 보통 하루에 10~20명 백신 접종이 예정돼 있고 취소 분량도 거의 없어 앱에 올릴 수 있는 물량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27일 기준 잔여백신 접종자가 총 6만 2천여명이라고 밝혔지만, 앱을 통한 접종자(4천여명)을 제외한 나머지 5만8천여명은 앱이 나오기 전 전화로 접종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었다.
앱 자체 오류도 예약에 혼선을 줬다.
27일 카카오 앱이 서버 문제로 접속이 되지 않는 오류가 났는데, 비단 카카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기자가 네이버 앱을 통해 100여번 이상 클릭하던 중, 갑자기 서울 시내에 잔여 백신이 있다고 뜨는 병원이 두 곳 나타났다.
예약 버튼을 클릭했지만 '잔여 수량 마감' '예약 기관 운영 시간 종료' 같은 문구가 나타났다.
해당 병원은 문의전화가 폭주했는지 10~20통 이상 시도한 뒤에야 연결됐다.
전화를 통해 두 곳 병원 관계자 모두 "지금 물량이 없다"며 "병원 측에서는 0개로 입력했는데 네이버측 오류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네이버 앱을 통해 해당 병원을 계속 살펴보자, 잔여 백신의 수가 4개, 0개, 5개, 7개 등을 반복하는 등 짧은 시간 안에 바뀌기 힘든 모습을 보였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거부감 줄었나? "글쎄"
이번 잔여 백신 사태로 인해 한편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현재 잔여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만 사용)의 거부감이 준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받는 시민 B씨는 "코로나 걸려 문제되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맞고 문제되나 거기서 거기"라며 "정부 말대로 안 맞는 것 보다 맞는 게 이득이 크다고 생각해서 맞는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같이 백신 접종자에게 이득을 주다보니 맞으려고 하는 거지, 종류를 골라서 맞을 수 있다고 하면 (아스트라제네카가 아닌)다른 백신을 맞으려고 하는 사람이 많은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