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른바 짝퉁 제품을 마치 정품인 것처럼 속여 수출·판매하는 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적발됐는데요.
국산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킬 뿐만 아니라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만큼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송민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파란 천을 들추자 수백 개의 상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현대모비스 상표를 도용해 만든 ‘짝퉁’ 브레이크 패드입니다.
수출 직전에 적발한 제품들로 모두 10만여 점에 달하며, 정품 가격으로는 30억 원에 이릅니다.
[대구세관조사담당 : “리비아로 돼있네요. 오더를 받아놓고 만드는 거네.”]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국산 부품이 비싼 값에 팔린다는 점을 악용한 겁니다.
수년 전부터 현대모비스 상표를 도용하다 세관에 적발된 규모만 500억 원이 넘습니다.
[이상인 / 현대모비스 지식재산팀 책임매니저 : 여러 기술력이 들어가지 않는 일부 소모품에 대해서는 짝퉁 모조품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국내에 유통된다든가 제3국으로 수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들 짝퉁 업체들의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국내 상표권 효력이 해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을 악용해 정품과 흡사한 상표를 등록하는가 하면, 제3국에서 만든 부품을 실은 배를 국내 항에 잠시 정박했다 출항해 마치 국산인 것처럼 둔갑시키기도 했습니다.
[김진성 / 대구세관조사과 주무관 : 중국에서 바로 수출하면 수출항이 중국으로 뜨는데 부산에 들어왔다가 뜨면 수출항이 한국으로 뜨기 때문에 원산지는 한국이 아니지만 수출항이 한국으로 뜨니까 편법으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짝퉁 제품을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는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1월에는 중국산 의료용 전동침대 부품을 국산으로 속여 미국에 수출한 업체가 세관에 적발됐고,
최근에는 LG생활건강 상표를 도용해 수억 원 상당의 의료용 필러를 몰래 들여오려다 덜미를 잡힌 업체도 있습니다.
이처럼 국산 브랜드 명성에 먹칠을 하는 ‘짝퉁 제품’이 판치고 있지만, 적발되더라도 대부분 벌금형 정도에 그치는 게 현실입니다.
[조철 /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중국 짝퉁 업체들을 보면 벌금이 얼마 안 되니까 제재 가할 때 잠시 문 닫았다가 바로 옆에다가 새로 가게를 만드는 형태가 지속됐었거든요. 정부 차원의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이나 일부 해외의 경우 위조상품을 판매하다 적발되면 해당 업체뿐만 아니라 유통이나 판매 과정에 관여한 모든 업체에게 연대 책임을 묻는 등 보다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경제TV 송민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