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은행이 오늘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기간으로 따져보면 작년 5월 이후 꼬박 1년째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경제 상황을 지켜보자"라며 이전보다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내놨습니다.
먼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는 어떤 계산들이 들어갔는지 배성재 기자의 리포트를 보시겠습니다.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방향의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연내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습니다. 앞으로는 경제 상황, 우리가 발표하는 경제 지표의 움직임, 경제 상황의 개선 여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이주열 총재가 코로나19 확산세 이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총재는 '영끌'과 '빚투' 등 위험 투자가 늘어나면서 최근 가계 부채가 크게 늘어난 점 등을 금리 인상 필요성으로 짚었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물론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차입 가계에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할 겁니다. 그렇지만 그런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계속 지속되는 것은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정상화와 관계없이 우리나라가 먼저 통화 긴축에 나설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미국) 연준이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여건에 맞게 통화 정책을 조정하면 그만큼 우리로서는 여지가 훨씬 더 넓다. 예를 들어 우리의 상황에 맞춰서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는…]
한은이 오늘 발표한 우리나라의 올해 GDP 성장률 예측치는 4%.
지난 2월 전망치인 3%에서 1% 포인트 크게 오른 수준입니다.
이 같은 예측은 수출과 소비자심리지수, 취업자 수 증가폭 등이 큰 폭으로 개선된 점을 감안한 결과라고 한은 측은 밝혔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금리 정상화는 전적으로 경제 상황에 달렸다며 기준금리를 현재 연 0.5%에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는 최근 가파른 물가 상승세보다는 당장의 경기 회복에 집중하자는 판단이 앞섰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면서 이전보다 한 발 나아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유동성 리스크를 낮추려는 신호를 내보냈다고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이주열 총재가 경제 회복 속도에 따라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건데, 경제 회복 속도가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사실상 경기회복 속도는 이미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는 조건에 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4%입니다. 내년도 전망치도 3%로 예측이 됐는데, 올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인 2%대를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이주열 총재 역시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서 시행했던 담보조건 확대나 신설 대출, 회사채 매입 등은 점차 줄여나갈 것이라고 하면서, 현재의 회복이 빠르다는 호평을 남겼습니다.
<앵커>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역시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내용입니다. 상당히 해석의 여지가 많은 발언도 많이 나왔는데,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한 발언은 없었습니까?
<기자>
이 총재는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 "금리정책을 서두르지도, 실기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라는 발언을 남겼습니다. 또 "경제 회복 추이를 좀 더 지켜보자"라는 말을 반복해서 강조했습니다. 경제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는 빠르지만, 코로나19 확산세나 백신 접종 속도, 물가, 가계부채 등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앵커>
미국에 대한 발언도 눈길을 끕니다. 미국 연준보다 먼저 금리 인상 등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다는 발언도 나왔죠.
<기자>
이 총재는 국내 경제 여건에 따라 기준금리를 조정해야 운신폭이 넓어진다는 점에 발언의 방점을 찍었습니다. 우리가 통화 긴축을 연준의 완화 기조 때문에 미뤄뒀다 따라가게 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총재는 "과거에도 우리가 먼저 조정한 적이 있었다"면서 연준과 통화 정책을 매칭해서 운용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앵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는데 금융 불균형 누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시점에 대응을 해야 한다.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금융 불균형이라는 게 뭘 말하는 겁니까?
<기자>
한쪽에서는 코로나 대응을 위해 빚이 늘어나고 있는데, 다른 쪽에서는 자산 가격 상승과 연계해 위험 추구 성향이 높아지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한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한테 부담을 줄 부분이 분명 있지만 이런 증가 상황이 더 지속되면 부작용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늦지 않게 대응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것입니다.
<앵커>
그 외에도 이주열 총재가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가상화폐 관련해서도 언급을 했습니다. 어떤 내용이 있었습니까?
<기자>
이 총재는 일단 암호 자산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금융시장 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발언을 남겼습니다. 소위 레버리지를 이용한 투자가 늘면 가계 손실, 나아가 금융기관까지 부실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은 것입니다. 이 문제는 정부와 함께 긴밀히 협조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여기에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이른바 CBDC 도입의 필요성도 언급했습니다. 이 총재는 안전한 디지털 화폐 도입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면서, 기술적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당장은 도입 시기에 대해 확정할 수는 없지만, 도입 결정이 나면 곧장 시행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배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