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파멸 이끈 '사기 인터뷰'…BBC 거센 후폭풍

입력 2021-05-22 22:02


26년 전 다이애나비의 인터뷰가 성사된 배경에 사기 행위가 있던 것이 확인되면서 BBC가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22일(현지시간) 더타임스는 영국 정부가 가구당 연 159파운드(약 25만5천원)에 달하는 수신료를 5년간 동결 혹은 삭감하는 방안을 두고 BBC와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BBC의 수신료 수입은 연 32억파운드(약 5조1천억원)에 달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BBC가 세계 선도 방송사로서 명성을 망가뜨렸고 이것이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전날 BBC 인터뷰 조사 결과와 관련해 왕실 인사들에게 공감한다고 밝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BBC가 모든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1995년 다이애나비 인터뷰를 독립 조사한 다이슨 경은 전날 무명 기자였던 마틴 바시르가 위조한 은행 입출금 내역을 들이밀고 거짓말을 하며 다이애나비의 동생 스펜서 백작에게 접근해서 인터뷰가 성사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후 윌리엄 왕세손은 "BBC의 잘못이 어머니의 두려움과 편집증, 고립에 상당한 원인이 됐다는 점을 알아 형언할 수 없이 슬프다"는 심경을 전하며 "공영방송과 자유언론이 지금보다 중요한 적이 없었다. (BBC의) 잘못은 내 어머니와 가족뿐 아니라 대중도 실망하게 했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한편, 로버트 버클랜드 법무장관은 BBC에 지배구조 문제가 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오프콤도 BBC의 투명성과 책임에 관해 중요한 문제가 제기됐다고 말했다.

1995년 인터뷰 방영 이후 이뤄진 조사에서 바시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던 당시 뉴스담당 대표 토니 홀 전 BBC 사장은 내셔널 갤러리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홀 전 사장이 재임하던 시절인 2016년 바시르가 다시 채용된 데 이어 종교담당 에디터로 승진한 사실도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조사보고서를 분석해서 바시르에 관해 수사를 진행할 여지가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