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선을 차단시키고 이를 항의하는 이웃집 요양사를 잔혹하게 살해한 50대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2-1부(최봉희 진현민 김형진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52)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치료감호와 5년간 보호관찰 명령도 유지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9일 오후 인천시 서구 한 빌라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웃집 장애인의 요양사 B(72)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르고 구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평소 "자신의 가족들을 죽이겠다. 딸을 죽이겠다"는 환청을 들었고, 이 같은 소리가 옆집의 TV와 인터넷 케이블을 통해 들려온다고 생각해 인터넷 연결선을 종종 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범행 당일 또 공용단자함에서 인터넷선을 뽑았고, B씨는 이 장면을 목격해 항의하던 과정에서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렸다.
A씨는 과거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후 환청·피해망상 등의 증상으로 약물치료를 받다가 지난해 3월 스스로 투약을 중단해 증세가 악화한 상태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흉기를 보자마자 도망쳤는데도 엘리베이터 앞까지 쫓아가 잔인하게 범행했다"며 "피해 복구를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고,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다고 해도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