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콜롬비아에서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시위가 축구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저녁 콜롬비아 바랑키야에서 열린 남미 클럽대항전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조별리그 경기가 경기장 밖 시위 탓에 8차례나 중단됐다.
경찰이 시위대에 쏜 최루가스가 축구장까지 덮쳐 선수들이 눈물·콧물 속에 뛰어야 했기 때문이다.
원정팀인 브라질 아틀레치쿠 미네이루의 쿠카 감독은 경기 후 "생애 최악의 경험"이었다며 "눈, 목, 코까지 온몸이 아파서 경기장 안에 있기조차 힘들었다"고 말했다.
상대 팀인 콜롬비아 아메리카 데칼리의 헤르손 곤살레스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경기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며 "콜롬비아의 상황에 큰 좌절감을 느낀다"고 한탄했다.
콜롬비아에선 정부의 세제개편이 촉발한 시위가 지난달 28일 이후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같은 경기장에서 펼쳐진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팀의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경기 역시 최루가스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또 다른 도시 페레이라에서의 경기는 시위로 인해 킥오프가 지연되기도 했다. 일부 경기는 아예 다른 나라로 장소를 옮겨 치렀다.
바랑키야 경기장에선 내달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예선전이, 7월엔 남미 축구선구권대회인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이 예정돼 있다.
브라질 대표팀 관계자는 이날 "어제 경기에서와 같은 일이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벌어지길 원치 않는다"며 콜롬비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콜롬비아 축구선수협회는 시위 상황이 가라앉을 때까지 자국 리그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콜롬비아 전역에서 계속되는 이번 시위는 이반 두케 정부의 세제개편으로 촉발됐다.
중산층과 서민의 세 부담을 가중하는 개편안에 반발해 노동자, 학생 등을 중심으로 거센 시위가 이어지자 두케 정부는 개편안을 철회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시위대는 빈곤과 불평등, 경찰 폭력 등에 항의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 과정에서 40명 넘게 숨졌는데 칼리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현지 시민단체 템블로레스는 이번 시위로 칼리에서 민간인 35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강경진압이 계속되자 시위대의 분노도 더 커졌다.
두케 대통령도 두 차례 칼리를 찾아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지원책 등을 발표했으나 시위대를 달래진 못했다.
AFP통신은 인구 250만 명 칼리가 "빈곤, 오랜 인종갈등, 마약밀매, 최근의 폭력적인 반정부 시위까지 콜롬비아의 모든 악(惡)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젊은 층이 주도하는 봉쇄시위로 일상이 거의 마비되자 일부 주민들은 정부와 시위대가 협상해 생필품 수송만이라도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