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은행에 가보시면 대출받기가 참 쉽지가 않습니다. 은행들이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한도가 줄고 이자는 비싸지고 있는 것으로 저희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반면 이런 상황에도 아랑곳 않고 빚내서 투자하는 사람들은 또 폭발적으로 불어나고 있습니다. 자칫하다간 허리띠 조여매셔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습니다.
금융 출입기자와 함께 이 소식 들어봅니다. 정치경제부 배성재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은행들의 대출 조이기가 현실화하고 있다고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출 절벽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부분의 시장 논리가 그러하듯이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었기 때문인데요.
먼저 대출 수요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달 10일을 기준으로 취합해본 결과,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약 138조 원입니다. 지난 4월 말에는 약 142조 원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증가폭도 엄청났습니다. 오늘 한국은행이 내놓은 '4월 은행 가계대출 추이'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가계 대출은 무려 16조 원이 늘어났습니다. 지금과 유사한 '빚투'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 11월 약 13조 원이 늘었던 후로 5개월 만에 최대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앵커>
대출 증가세가 어마어마하군요. 아무래도 공모주 청약이나 암호화폐를 향한 투자 열풍 때문이었겠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공모주 청약의 경우에는 대출금이 청약금으로 대거 유입되었다는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가장 화제가 됐던 SKIET 공모주 청약, 28일부터 이틀간 무려 약 81조 원이 몰렸죠.
5대 시중은행을 기준으로 27일에서 29일까지 늘어난 신용대출 잔액 증가분은 5조 8,479억 원이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마이너스 통장 수도 크게 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여기에 정부의 대출 규제도 개인들의 대출 심리를 부추겼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기자>
맞습니다. 지난달 29일이었죠.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이른바 'DSR 규제'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출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함에 미리 신용대출을 받아놓자는 사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직접 가져와봤습니다.
[A 씨: 여름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7월부터 DSR 규제가 강화된다고 해서. 당장 주택 구매에 대해서 잔금이나 중도금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향후에 주택을 마련할 걸 생각해서 마이너스 통장을 미리 뚫어놓게 되었습니다. (대출 규모는?) 총 4,800만 원을 뚫었고 대출 금리는 3% 정도….]
[B 씨: 처음에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는 DSR이 없어서 청약을 했는데, 갑자기 7월부터는 40%인가를 적용한다고 하니까 갑자기 당황스럽잖아요. 어디서 돈을 구해야 할지 계속 찾아보고 있어요.]
<앵커>
대출이 늘어나는 데에는 불안 심리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는듯합니다. 이렇게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도 문제인데, 시중 은행들도 대출을 줄이고 있다고요?
<기자>
앞서 말씀드린 공급도 줄고 있다는 점이 바로 이것인데요. 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금융당국도 관리에 나섰고, 은행들은 이미 신용 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이 됐습니다.
은행권 관계자의 멘트 들어보시겠습니다.
[은행권 관계자: 정부의 가계 대출 관리 강화에 발맞춰서 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겠죠. 가계 대출 증가 속도와 폭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
또 시중 은행의 대출 조이기 사례들을 일부 취합해봤는데요. 지난 3월부터 전세 대출이나 주택 담보대출을 할 때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없애는 등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중 우리은행의 경우엔 우대금리 항목을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2분기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거의 소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앵커>
대출도 이렇게 줄이는 마당에, 마이너스 통장 한도도 줄일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마이너스 통장도 한도가 줄어들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4대 은행에서 일제히 '사용하지 않는 마이너스 통장'의 약정 한도를 줄이는 조치가 나왔는데요. 마찬가지로 가계 대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이렇게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다 보니 금리도 움찔대고 있습니다. 특히 대출 금리가 인상되면서 변동금리 대출이 많은 개인들의 부실 위험도 고개를 들고 있는데요.
전민정 기자의 리포트로 해당 내용 살펴보시겠습니다.
<리포트>
1%대 신용대출 금리는 이제 옛말이 됐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현재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5∼3.6%대 수준.
1%대였던 지난해 7월 말(1.99%∼3.51%)과 비교해 9개월 새 최저 이율이 0.5%포인트 이상 높아진 겁니다.
4대 은행의 코픽스 연동 주택 담보대출 변동금리 역시 연 2.5∼3.9% 정도로 지난해 7월 말(2.25∼3.96%)보다 0.3%포인트 가량 올랐습니다.
이처럼 대출 금리가 오른 건 가계대출의 지표인 금융채와 같은 시장금리가 올랐기 때문인데, 은행들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 우대금리를 줄인 영향도 컸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DSR(총체적 상환능력 비율) 규제가 차주별로 확대 적용되는 등 가계대출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 대출금리 상승 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지난해 대형 금융지주들이 깜짝 실적을 낸 건 높은 대출 성장세에 순이자마진(NIM)이 늘어났기 때문인데,
가계대출 마케팅이 전반적으로 제한되면, 은행들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올리는 방법을 택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중은행 관계자 : 수익성을 만회하려면 볼륨으로 커버해야죠. 그러려면 금리를 올리는 걸로 대응을 해야 해요. DSR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 수는 없거든요. 건당 대출금액이 줄어들면 건당 마진을 올리면 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가계 전체가 추가로 내야 할 이자는 연간 12조 원에 달합니다.
특히 가계대출자 10명 중 7명이나 변동금리와 연동한 대출을 받은 상황에서 대출금리 인상은 가계에 치명타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빚을 내 부동산이나 주식·코인 투자에 뛰어들었던 이른바 '영끌·빚투'족, 코로나19로 긴급 대출을 쓴 자영업자들의 경우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부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정식 /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 : 자산가격 버블이라던지 과잉 유동성 때문에 금리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 오게 돼 있기 때문에 금리를 높일 경우 가계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융당국의 입장에서는 서민대출의 경우 이자부담이 많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역대 최대폭인 16조 원이나 증가한 가운데, 대출금리 상승이 우리 경제를 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
<앵커>
이렇게 금리 상승, 대출 조이기 상황에서 어떤 문제들을 앞으로 고민해야 할까요?
<기자>
직접적으로는 대출 원리금 상환에 대한 고민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공모주 청약의 경우엔 대출금 투자와 상환이 아주 짧지만, 대출금이 주식이나 가상화폐로 흘러갔다면 상환 부담에 자산 시장 조정이 일어날 우려도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부동산인데,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가계대출자 대부분이 변동 금리 대출을 갖고 있죠. 고정 금리 대출은 상관이 없지만, 변동 금리 상품이나 혼합형 상품의 경우에는 금리 부담이 커지고, 부동산 특성상 고스란히 이자 부담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가계 소비를 위축시킬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배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