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이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최고치로 올랐다. 제조와 건설에 사용되는 구리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는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 회복에 힘입어서다.
구리 가격은 지난 7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3.35% 급등한 1만361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가를 돌파했다. 장중엔 1만417달러까지 치솟았다.
올해 구리 가격은 30%가량 올랐으며 작년 3월 저점 대비로는 두 배 넘게 급등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저소득, 중산층 국가에서 코로나가 여전히 확산세지만 미국에서 인프라 지출과 백신 보급이 세계 경제를 촉진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전했다.
여기에다가 각국에서 화석연료를 줄이면서 구리가 대량으로 소비될 것이라는 게 분석가들의 의견이다.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산업에 대한 수요 덕분이다.
심지어 많은 전문가들은 구리를 '새로운 원유'로 평가하고 있다.
구리 가격 추가 상승에 대한 전망도 지배적이다. WSJ에 따르면 런던 헤지펀드인 Commodities World Capital LLP의 루크 사드리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의 경기 회복으로 향후 몇 달 내 1만1500달러에서 1만2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기차 기반 시설에서 구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향후 5년간 더 많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오는 2025년까지 구리 가격이 톤당 각각 1만5000달러, 2만 달러까지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현재 구리 재고량이 15년 전 수준이라며 공급 측면에서 부족 현상이 커질 경우 2만 달러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게 BoA의 의견이다.
전자제품을 비롯해 자동차, 건설 등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게 바로 구리다. 이처럼 각종 산업재로 쓰이는 구리는 경기 회복의 선행지표 역할을 해 '닥터코퍼(Dr.Copper)'라고 불린다.
중국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와 관련된 인프라 프로젝트에도 대부분 구리가 포함된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구리가 4배가량 더 필요하며 이러한 전기차를 운행하기 위한 충전기에도 방대한 양의 구리 배선이 들어간다. 게다가 해상 풍력 발전소에서 국가 전력망으로 전기를 가져올 때도 구리 전선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