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으려고 미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플로리다주 등의 관광업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려고 방문한 외국인들 덕분에 활기를 띠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은 상대적으로 백신을 접종하기 쉬운 국가이기 때문이다.
미국 내 많은 주는 백신을 접종할 때 거주 요건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접종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을 맞으려는 멕시코인들의 미국 방문이 급증했다고 WSJ가 전했다.
공항의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국제공항에서 미국으로 출국한 승객은 약 20만7천명으로 3월(17만7천명)과 2월(9만5천명)에 비해 대폭 늘었다.
지난달 멕시코인들의 미국 행선지를 보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4만1천명)과 댈러스(2만6천 명)가 1, 2위를 차지했고 그다음으로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샌안토니오가 그 뒤를 이었다.
미국 중남부 텍사스주는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지역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멕시코 여행업계는 자국민의 미국 여행을 부추기고 있다.
에두아르도 카니아과 멕시코 산업협회장에 따르면 멕시코 여행사들은 올해 3∼4월 미국으로 가는 패키지 여행상품을 17만명에게 팔았는데 고객 대부분이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들이었다.
멕시코 북부 몬테레이에 사는 보석 디자이너 신디 미자레스(31) 씨는 이번 주 텍사스주의 한 약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미자레스는 미국에서 백신을 맞은 데 대해 "행복하다"며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멕시코시티에서 댈러스로 가는 항공편을 예약한 패트리샤 리드루에조(38) 씨도 72세 모친과 안전하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했다고 설명했다.
리드루에조는 미국 여행에 대해 "이 악몽(코로나19)을 완전히 끝내고 싶다. 돈이 있다면 왜 우리가 그것을 하지 말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멕시코 부유층 입장에서는 자국에서 백신 접종 순서를 계속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생각할 때 미국행 항공료가 그리 아깝지 않다는 얘기다.
미국과 멕시코의 백신 접종 상황은 매우 다르다.
미국에서는 전체 인구의 34%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지만 멕시코에서는 그 비율이 6%에 그치고 있다.
또 미국에서는 16세 이상이면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지만 멕시코는 아직 60세 이상 국민에게 접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에서 멀리 떨어진 동남아시아 태국에서도 백신을 구하려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이들이 있다.
태국의 한 여행사는 WSJ에 미국행 백신 여행 상품을 내놨는데 첫날부터 200명이 예약했다고 전했다.
이 여행 상품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관광지 방문과 쇼핑을 포함한 10일 일정인데 항공료를 제외한 가격이 2천400 달러(약 270만원)나 된다.
이밖에 캐나다 트럭 운전사 수백 명은 지난달 미국 북부 노스다코타주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무료로 코로나19 백신을 미국에서 맞았다.
미국의 일부 주와 도시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을 앞세워 관광객들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관광객 증가가 지역 경제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지난 6일 관광객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오는 6월 1일부터 주요 공항에서 여행객에게 백신을 무료로 접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