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안팔리고 노사갈등은 반복되고"…車시장 양극화 심화

입력 2021-05-06 17:32
수정 2021-05-06 17:32
<앵커>

국내 자동차 시장의 양극화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독주 속에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차 등 이른바 자동차업계 중견 3인방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갈수록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이들 3사가 부활할 가능성은 없는 걸까요?

신재근, 임원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기자 스탠딩 :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국내 자동차 판매량(134만대)입니다.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차 등 중견 3인방의 판매량(26만6,783대)입니다.

보시다시피 두 집단 간의 판매량 차이가 무려 100만 대가 넘습니다.

자동차 시장 양극화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 같은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두 집단 간 점유율 격차는 올 들어 더 벌어졌습니다.

올해 1분기 국내에서 팔린 자동차 10대 가운데 8대 이상이 현대차와 기아차였고, 나머지 1~2대 정도만 3사 제품이었습니다.

판매량이 떨어지다 보니 수익성이라고 좋을 리 없습니다.

한국GM은 7년째, 쌍용차는 4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근근이 버티던 르노삼성도 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이 같은 부진은 연구개발 투자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쌍용차가 지난해 연구개발에 쓴 돈은 1,565억 원으로,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고 르노삼성은 전년보다 4분의 1이나 줄었습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개발은 고사하고 기존 제품의 품질 향상을 위한 투자도 줄다 보니 차가 팔리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겁니다.

[권용주 국민대 겸임교수 : (한국GM·르노삼성의 경우) 해외 곳곳에 있는 공장에서 특별한 차종을 만들어서 각 나라에 필요한 차종을 공급하는 역할로서 중요성이 높다 보니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 대응보다는 해외시장에서의 생산 차종에 대한 대응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제품이 한국 소비자에게 적합한 그런 용도로서의 기호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발을 어디서 하느냐 이게 상당히 주요한 역할이 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기자 스탠딩 : 이들 자동차 3인방의 직원 수는 1만8천여 명에 달합니다. 일자리도 일자리지만, 양극화가 진행될수록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 폭 또한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기자 스탠딩 : 더욱 안타까운 건 완성차 업계 중견 3인방을 바라보는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 또한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저조한 판매량에, 영업 적자까지 내며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도 노사 갈등은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법정관리 졸업 10년 만에 또 다시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된 쌍용차. 경영진 숫자를 줄이고 조직을 통폐합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상근임원 38% 감축, 조직 규모 23% 축소)

쌍용차 공장이 있는 경기도 평택 지역 정치인과 지자체, 시민단체들도 '쌍용차를 살려야 한다'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강봉석 / 서울 영등포 : 기존에도 쌍용차에 대한 공적자금이 많이 들어간 걸로 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추가 지원을)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배영기 / 서울 은평구 : 국가가 경영의 전문가도 아니고 또 다시 세금을 낭비하게 되는 결과가 오니깐 자동차 회사에서 합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8년 만에 영업 적자를 낸 르노삼성, 올해 소형 SUV 'XM3' 생산을 시작하며 재기에 나섰지만 돌연 '직장 폐쇄'를 단행했습니다.

반복되는 노조의 파업에 회사가 내놓은 고육지책입니다.

자동차 판매량이 1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공장을 절반만 돌려야 하는 상황이 되자 희망퇴직과 순환 휴직을 실시했는데 이에 노조가 반발하며 파업을 벌인 겁니다.

3년 전 혈세 8천억 원을 지원받으며 가까스로 '한국 철수'를 모면한 한국GM 또한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노조가 1천만 원 가까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노사 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한국GM은 지난 2014년부터 해마다 적자를 기록하며 7년 동안 쌓인 적자만 3조4천억 원에 달합니다.

[기자 스탠딩 : 현재도 그리고 미래도 불투명하기만 한 이들 중견 삼인방이 부활할 가능성은 과연 없는 걸까요? 지금부터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보겠습니다.]

[이하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 인터뷰]

Q. 한국GM·쌍용·르노삼성 등 '중견 3인방'이 부진을 겪는 근본적 원인 어디에 있는 건가요?

김필수 교수 (이하 김) :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워낙 높아졌기 때문에 품질 수준이 떨어지는 차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따라서 3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좋은 신차가 많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 또 이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고요, 전체적인 개혁이 일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Q. 자동차시장의 양극화가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일인가요? 자동차 선진국인 유럽이나 일본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김 : 미국은 GM 중심으로, 일본은 도요타 중심으로 (시장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좀 더 큰 기업들이 부각되면서 양극화 현상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인데 미래차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기업들은 점차 쇠퇴되고 있는 흐름입니다.

그런데 국내는 현대차(그룹)와 나머지 3사 간의 양극화가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겁니다. 세계 선진시장 중에서 80~90%를 한 그룹이 차지하고 있는 경우는 우리나라가 유일무이한 상황입니다.

Q. 일자리, 소비자 선택 폭 감소라는 점에서도 문제지만 독주하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양극화 심화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닐텐데요.

김 : 연간 180만 대 규모의 (국내 시장은) 일종의 '시험장(테스트 베드)'이고 국내에서 입증된 모델은 해외에 수출되는 게 기반입니다. 4대 중에 3대를 수출해서 먹거리를 찾고 있는게 현대, 기아차라고 할 수 있는데요. 국내에서 90% 점유율로 인기를 끌고 있다보니 냉정하게 평가가 안됩니다.

나머지 3사가 열심히 해서 밀고 당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점유율을 잘라 줘야만 국내에서 훈련된 좋은 신차가 해외로 수출될 수 있는데 점유율이 높다보니 자기 만족에 빠져 품질 등 여러 부분에 대한 입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큰 문제거든요.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지지 않는, 왜곡된 시장이라는 것 역시 현대차가 잘 알고 있는 부분이죠.

Q. 생존 위기를 겪고 있는 중견 3인방이 '강소 자동차' 회사로서 부활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김 : 노사 안정과 관련된 문제들의 해결과 R&D 비용을 키워서 좋은 신차가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 또 국내 생산 모델은 물론 OEM 수입차를 섞어서 2~3개 차종의 베스트셀러 모델을 만드는 등 중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해외 모기업에서 신차를 가져와서 (내수형으로) 섞어서 파는 거죠.

과거 르노삼성의 OEM 수입차인 'QM3'의 경우 6개월~1년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SM6'도 초기에 굉장히 성공했거든요. 이러한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모델이 함께 나와서 시너지를 내줘야 합니다.

Q. 앞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우리 자동차업계 고질적인 병폐 가운데 하나가 반복되는 노사갈등입니다. 이를 해결할 방도는 없는 걸까요?

김 : 일본 도요타의 경우 1950년대 회사가 무너질 정도로 노사분규가 심각해서 노사 양측이 다 일자리를 잃어버렸어요. 회사가 거의 망할 정도가 됐습니다. 그 충격이 너무 커서 지금 현재 도요타는 거의 70년 동안 노사분규가 한 번도 없었어요. 서로가 한 걸음씩 양보해야 된다, 회사가 없다면 노사 양측이 다 없다는 인식을 뼛속 깊히 새기고 있다는 거죠.

정부가 좀 나서서 노사정 위원회라는 개념이 있지 않습니까? 노사 양측이 너무 민감하면 정부가 개입을 할 필요가 있어요. 민간이라고 개입 안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오늘날) 자동차 산업은 국가 산업이고 기간 산업입니다. 부품까지 연계하면 일자리라든지 모든 먹거리의 시작점으로서 자동차가 국내 양대 (산업) 축 중 하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고 정부의 일이라고 생각을 해야 합니다.

한국경제TV 신재근, 임원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