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남양유업 회장…“알맹이 빠진 사과”

입력 2021-05-04 17:55
수정 2021-05-04 17:55
<앵커>

대리점 갑질 사태 등 각종 사건 사고에도 침묵으로 일관해 왔던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회장직을 내려놓고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악화한 여론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신선미 기자입니다.

<기자>

홍원식 회장은 사퇴를 결심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 데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습니다.]

홍 회장의 사퇴 소식에 불매운동이 잦아들 수 있단 기대감으로 남양유업 주가는 장중 28%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홍 회장이 사퇴하더라도 수년에 걸쳐 나빠진 남양유업의 이미지가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불매기업'의 대명사가 된 남양유업의 추락은 20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리점 갑질 사태를 시작으로 외조카의 마약 투약, 경쟁사 비방 의혹에 '불가리스 사태'까지 8년 간에 걸쳐 터진 악재들이 쌓인 결과기 때문입니다.

[양윤철 시민 : 남양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지만 이번 만큼은 아니었어요. 너무 과장광고 해서 불신만 커졌습니다. 더이상 구매는 안하는, 남양 자체를 보류하는 거죠.]

지속된 소비자의 불매운동에도 불구하고 쇄신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던 남양유업과 홍 회장에 대한 실망도 더해졌습니다.

이미지 추락과 함께 회사 상황도 급격히 악화했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771억 적자전환했습니다.

당시 남양유업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긴축 경영 상태였지만 홍 회장은 지난해 16억 원의 연봉을 받았습니다.

홍 회장의 이번 대국민 사과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합니다.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없는 알맹이가 빠진 사과라며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퍼포먼스에 불과하단 지적입니다.

[박수정 주부 : 진짜로 그렇게 할까요? 말은 그렇게 해놓고 안 할 거 같아서 보여주기식 사과로 보여요. '또 쇼하고 있네' 이런 느낌]

홍 회장이 2선으로 후퇴해도 기업 지배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도 이 같은 여론을 뒷받침합니다.

남양유업 사내이사 4명 중 3명이 홍 회장 가족인데다 홍 회장 지분(51.68%)을 포함해 총수 일가 지분이 53.85%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남양유업 지분을 어떻게 정리하는지가 이번 사과의 진정성을 뒷받침하는 잣대가 될 것이란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신선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