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됐지만 '집단면역' 형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의 판단이 나왔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토착화해 주기적으로 백신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감염내과 교수)은 3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오 위원장은 "인구의 70%가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타인에 전파하는 2차 감염을 예방하는 95% 이상의 백신도 아직 없다"고 짚었다.
그는 그러면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효과가 95%라는 건 (접종자의) 발병을 예방하는 효과이지 (타인에) 전파를 예방하는 효과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백신이 타인에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2차 감염을 차단하는 효과는 발병을 예방하는 효과보다는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 교수에 따르면 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가정 내 2차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를 연구한 결과, 1회 접종 기준으로 38∼49% 정도의 효과를 냈다.
코로나19 감염 또는 백신 접종으로 생긴 면역반응이 얼마나 지속할지 알 수 없는 것도 종식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봤다.
현재까지 공개된 연구에서 코로나19 감염 후 면역반응은 약 6개월 유지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 교수는 "덴마크 연구결과를 보면 1차 유행 때 감염된 사람은 6개월까지 면역이 유지돼 재감염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중화항체와 면역세포가 6개월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변이 바이러스 출현, 백신을 맞았는데도 감염되는 '돌파 감염' 환자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부분이라고 봤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해 집단면역이 달성된 지역으로 새롭게 유입되는 양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요인을 봤을 때 코로나19 종식이나 집단면역 달성은 어렵다는 게 오 위원장의 결론이다. 만약에 집단면역 상태에 도달하더라도 고연령층과 고위험군은 여전히 조심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오 위원장은 "결국 독감처럼 백신을 맞으며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야 한다"며 "국가의 백신접종 전략은 바이러스 근절에서 피해 최소화로, 중증화 위험도가 높은 고령층과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는 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독감을 근절하자고 모두에게 독감 백신을 맞히지 않듯이 고위험군에만 접종하더라도 중환자 발생이나 사망자를 막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 당장 정부의 백신 접종전략을 바꿔야 하느냐는 질의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오 위원장은 "집단면역 이론에 비춰볼 때 학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목표라는 것"이라고 부연한 뒤 "정부가 '인구 70% 이상 접종'을 목표로 하는 것 외에 집단면역을 위한 어떤 목표를 가졌는지 파악하지 못해 그 부분은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국가의 집단면역 도달과 관계없이 마스크를 벗거나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등 일상생활로 복귀할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오 위원장은 "지금까지 우리는 개인이 아닌 국가 수준에서만 방역 수칙을 논의해왔다"며 "국가 혹은 집단이 일정 면역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개인이 활동 범위를 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국가 차원의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하기 전에도 개인의 면역과 위험도에 따라 마스크를 벗거나 거리두기를 완화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코로나19 유행 당시 집단면역 개념을 알렸던 중앙임상위가 약 1년여 만에 집단면역 달성이 어렵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데 대해서는 "최선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결론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