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이사장 "제2의 쿠팡 막겠다...K-유니콘 상장 활성화 총력"

입력 2021-04-30 09:12


한국거래소가 국내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기업인 '유니콘 기업'이 해외 증시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장 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거래소는 29일 국내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국내 유니콘 상장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유니콘 기업의 해외 상장 움직임과 관련해 국내 우량기업의 상장을 두고 글로벌 거래소와 경쟁을 하는 상황은 우리 자본시장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손병두 이사장은 "제2, 제3의 쿠팡이 미국에 상장하는 도미노 현상이 생겨나지 않도록 이번 계기에 우리 자본시장이 국내 유니콘 기업에게 불리한 점은 없었는지, 기업공개(IPO) 제도나 절차에 개선이 필요 부분이 없는지,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초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면서 45억 5,000만달러(약 5조 2,000억원)를 조달했다.

쿠팡이 NYSE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하자 새벽배송 업체 컬리와 야놀자 등도 해외 상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손 이사장은 "유니콘 기업이 미국 증시로 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 시장에서 제 몸값을 받겠다는 계산에 따라 비싼 상장 비용을 감수하고서도 해외 진출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유니콘 기업들이 보다 원활하게 상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유니콘 기업들이 창업자와 2대, 3대 주주 등 우호주주 간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을 적극 활용하도록 사전 안내,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차등의결권이 도입되기 이전에도 창업자의 경영권 관리에 일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미래성장성을 반영한 심사방식도 도입한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관리종목 지정 기준을 미래성장성에 맞춰 완화하는 방식이다.

심사기간도 기존 45일에서 30일로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미래성장 산업별 전문가를 영입해 상장 심사에 전문성을 더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예비 유니콘 기업 CEO 간담회를 개최해 상장 애로사항을 청취한다. 또 상장 유치 마케팅을 포함한 기업지원 기능도 대폭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손 이사장은 한편 차등의결권 도입에 대해서는 "현재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조만간 바람직한 합의가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간담회에는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대신증권, IBK투자증권, 신영증권 등 11개 증권사 CEO 또는 임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업은 밸류에이션 등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며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을 더 유연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고 거래소·금융당국이 업계와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거래소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