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수익률' 한국 퇴직연금...미국·호주의 1/4

입력 2021-04-27 17:46
수정 2021-04-27 17:46
<앵커>

한국의 퇴직연금 제도가 시작된 지 16년이 흘렀습니다.

국민연금과 함께 퇴직 후 미래를 위한 노후자산인데 수익률이 1%대를 벗어나지 못해 사실상 노후준비가 안되고 있습니다.

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증권부 지수희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앵커>

퇴직연금 수익률이 왜 이렇게 낮은겁니까?

<기자>

수익률을 말씀드리기 전에 이 앵커의 퇴직연금은 DC형인지, DB형인지 알고 계십니까?

<기자>

쉽게 말씀드리면 DB형은 퇴직후 받을 금액이 퇴사 직전 3개월 급여에 따라 정해져 있는거고요.

DC형은 자신이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자신이 상품을 가입한 운용사에 운용 지시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앞서 말씀하신 '수익률이 낮다'는 것은 DC형을 선택한 근로자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앵커>

퇴직연금을 투자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데 그 운용 수익률이 1%대에 그친다는 거군요.

예금금리 수준이네요. 왜 그런건가요?

<기자>

퇴직연금을 운용해야 겠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그냥 묻어둔 근로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현행 제도는 DC형 가입자가 운용사에 운용지시를 안하면 1%대 원금보장상품으로 자동 편입됩니다.

그러니깐 수익률이 1%대에 그치고 있는 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폴트 옵션'이라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디폴트옵션' 말이 어려운데요?

<기자>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금융사가 알아서 투자 상품을 선정해서 운용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현재 미국과 호주 등 금융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안해도 운용사들이 알아서 자산운용을 해주기 때문에 퇴직연금 수익률도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4배나 높습니다.

이 제도가 없는 나라는 OECD 20개국 중 우리나라와 체코,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4개국 뿐이어서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노후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제도라면 빨리 도입하면 될텐데 왜 도입이 안되고 있는건가요?

<기자>

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요.

지난 19대, 20대 국회 때도 이 법안이 올라오긴 했는데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디폴트 옵션을 도입해야한다는 것에는 여야가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투자상품 범위에 '원리금 보장상품'을 포함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여야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앵커>

현행제도가 투자자가 운용지시를 안하면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편입되기 때문에 수익률이 낮아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디폴트 옵션을 도입해야한다는거 잖아요?

디폴트 옵션에 또 원리금 보장상품을 넣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상품을 넣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관련 인터뷰를 들어보시겠습니다.

[강민호 금융투자협회 연금부장: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더라도. 디폴트 옵션 적용 안받고 원리금 보장상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굳이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디폴트 옵션에 원리금 보장 상품을 넣게되면 계속 가입자들이 원리금으로 가게 됩니다.]

계속 말씀 드렸던대로 디폴트옵션은 운용지시를 안하는 분들에게 필요한 제도인데, 운용지시를 안 한다고 판단하기 까지는 가입이후 한달 반이라는 시간이 있습니다.

가입자 본인이 예금에 넣어서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싶으면 예금에 넣어달라고 운용지시를 하면됩니다.

앞서 보셨던 해외사례에서도 일본의 경우 디폴트옵션 제도가 있는데도 수익률이 낮은데요.

일본이 미국과 호주와 달리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상품을 포함시키면서 제도 도입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내일(28일) 국회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이에 대한 토론회가 열리는데요.

디폴트옵션 도입과 관련해 핵심 쟁점을 정리하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절차여서 시장의 관심이 높습니다.

<앵커>

네, 증권부 지수희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