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한국 너무 신중했다"…영·미·일 '백신도박' 반전

입력 2021-04-17 21:08
수정 2021-04-18 14:09


일본이 화이자 백신 1억 도즈를 사실상 추가 확보한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초기 방역모범국과 백신 도입국의 입장이 극명히 갈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지시간 16일 미국 CNN방송은 영국·미국과 아·태지역 간 백신 접종률 차이는 두 지역의 초기 방역 성과 차이가 낳은 직접적 결과라고 분석했다. 영국과 미국은 피해 상황이 워낙 심각해 백신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에 그만큼 확보와 접종이 빨랐다는 의미다.

현재 미국에선 전 국민의 37%가 적어도 1차 접종을 마쳤다. CNN방송은 미국이 올해 여름까지 접종률 70∼80%를 달성해 집단면역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도 현재 최소 1회 접종률이 47%에 달한다.

반면 엄격한 국경통제, 신속한 시설 폐쇄, 대규모 검사를 통해 확산세를 잡으며 '방역 모범국'으로 불린 뉴질랜드, 태국, 대만, 한국은 모두 접종률이 4%가 채 되지 않는다. 호주 역시 5%보다 낮다.

전문가들은 영국과 미국이 사태 초기 방역에 실패하자 개발이 채 되지 않은 백신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는 일종의 '도박'을 한 덕분에 지금 빠른 접종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회사 ING의 아·태지역 본부장 로버트 커널은 "영국은 백신 개발사의 돈을 거는 도박을 했고 돈을 딴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영국과 미국은 다른 나라에 앞서 백신에 크게 걸었고 지금 전세계는 백신 공급 문제에 직면했다"라며 "백신 공급을 줄을 서는 것으로 생각해보면 영국과 미국이 그 줄의 첫 차례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CNN은 영국과 미국의 이런 결정이 절박한 상황에서 선택한 '과감한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코로나19 피해가 덜 심각했던 나라에서 위험에 대한 평가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이 평가한다고 CNN은 전했다.

아태지역 국가들의 '신중론'은 당시 합리적인 태도였을 지라도, 앞으로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결국 코로나19 종식을 어렵게 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접종률이 낮은 곳에서 언제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생기고 확산해 각국의 백신 성과를 수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바우텔 교수는 "국민의 90%가 백신을 맞지 않은 나라에선 큰 피해가 일어나기 마련"이라면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나타나는데 대다수 주민이 백신을 맞지 않은 '섬'에 있고 싶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