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공분산 남양유업…불가리스 생산중단 위기에 '먹구름'

입력 2021-04-16 15:45
남양유업 불가리스 논란 커져
주가 급락에 투자자 피해
주주 항의 빗발쳐
식약처 고발에 거래소 조사까지


최근 자사 제품인 불가리스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를 한 남양유업에 대한 논란이 일파 만파로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하면서 자칫 2개월간의 영업정지를 맞게 될 위기에 놓였다.

남양유업은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사과했지만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불가리스 논란'이 벌어진 것은 지난 13일 남양유업이 개최한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개발' 심포지엄이 발단이 됐다.

이번 심포지움에서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이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음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당일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편의점과 마트에서는 불가리스 제품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품절되는 헤프닝이 벌어졌다.

하지만 식약처가 긴급 현장 조사에 나선 결과 불가리스의 효능이 동물시험이나 임상시험 등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불가리스 7개 제품 중 1개 제품에 대한 코로나19 항바이러스 세포시험을 한 연구 결과를 제품 전체에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것처럼 제품명을 특정한 점도 문제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남양유업이 연구에 불가리스 제품과 연구비를 지원하고 심포지엄의 임차료를 지급한 점도 회사측이 순수 학술 목적이 아닌 자사 홍보 목적의 발표를 했다고 본 것이다.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에 따르면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위반하면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 또는 10년 이하 징역, 1억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식약처는 지난 15일 '불가리스' 제품의 코로나19 억제 효과 발표와 관련해 남양유업에 대한 행정 처분을 관할 지자체에 의뢰하고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은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질병의 예방,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광고 행위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들께서 이러한 허위·과장 광고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앞으로도 건전한 식품거래 질서를 훼손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부당 광고 행위는 적극 차단하겠다"고 덧붙였다.



불가리스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남양유업은 뒤늦게 소비자에게 사과문 발표에 나섰다.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심포지엄 과정에서 발표된 실험이 인체 임상실험이 아닌 세포 단계 실험으로 효과를 단정지을 수 없음에도 소비자에게 코로나19 관련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과문 발표와 함께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전혀 사실무근은 아니라는 입장도 밝히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남양유업은 "세포실험 단계에서는 한국의과학연구원의 연구 결과 불가리스의 인플루엔자 99.999% 저감 결과가 있었고 충남대수의학과 보건연구실 연구에서는 코로나19 77.78% 저감 연구 결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남양유업은 "이번 세포실험 단계 성과를 토대로 동물 및 임상 실험 등을 통해 발효유에 대한 효능과 가치를 확인해 나가며 앞으로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제품 연구 및 개발에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설명했다.

불가리스를 둘러싼 식약처와 남양유업이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피해는 애꿎은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남양유업 주가는 지난 14일 장 초반 28.68% 급등한 48만9천원까지 치솟으며 상한가에 근접하기도 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실험 결과가 크게 과장됐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결국 5.13% 하락한 채 마감했다.

지난 15일에도 남양유업 주가는 4.85% 내렸고 16일에도 4,81% 하락하면서 사흘 연속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관련 발표를 한 뒤 주가가 무려 14.79% 폭락하며 투자자들이 날벼락을 맞게된 셈이다.



문제는 남양유업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투자자들의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실제 남양유업의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했던 지난 14일 개인투자자는 남양유업 보통주를 37억 8천만원, 우선주는 16억5천만원 등 모두 54억 2천만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날 개인의 남양유업 순매수 단가는 보통주 약 45만원, 우선주 약 22만7천원대로 나타나 수많은 개미들이 고점에 사실상 물리게 된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포탈사이트 주주게시판 등에는 분노한 투자자들의 항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실제 이용자들은 "남양유업이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 "주가를 뻥튀기 하려는 의도다", "영업정지를 받으면 주가 폭락이 두렵다"는 글을 연이어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는 남양유업이 주가를 조작했는 지, 또 미공개 정보 이용을 했는 지 등의 여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 조사 결과에 따라 금융감독원이 추가 조사에 나서거나 고발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남양유업 주가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