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시간' 삼성전자, "시설투자·M&A 선택 가능"

입력 2021-04-13 11:29
수정 2021-04-13 11:40
반도체 부족 타개·영역확장 가능


미국 백악관이 반도체 부족 사태에 강력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에 따라 국내 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12일(현지시간) '반도체 화상회의'에 참석한 삼성전자의 경우 당장 미국의 요구에 화답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우리나라 기업 중 유일하게 참석한 삼성전자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이날 회의에서 어떤 주문을 받았는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일단 이번 회의가 반도체 공급부족에 따른 GM·포드 등 미국 자동차 기업의 생산 중단에서 촉발된 만큼 부족한 차량용 반도체 생산 확대 방안 등이 논의됐을 것으로 예상한다.

당장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인텔 겔싱어 CEO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인텔 공장 네트워크 안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을 설계 업체와 논의 중이며 6∼9개월 안에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며 백악관의 요구에 답했다.

이는 TSMC 등 파운드리 기업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차량용 반도체를 거의 생산하지 않는 삼성전자에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분야에선 글로벌 최강자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

차량용 반도체는 국내 기업들이 주력으로 하는 초미세화 공정을 통해 생산하는 고성능 메모리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PC·클라우드 서버 등 제품 교체 주기가 짧은 IT 기기에 주로 장착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차량용은 최장 10년 이상 운행하는 자동차에 탑재돼 제품 사이클과 보증 기간이 길다는 점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생산을 꺼렸다.

미국이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체계를 강화하고,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선 만큼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내 반도체 생산 시설 투자도 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화상회의에서 "오늘 내가 여기 있는 이유는 우리가 어떻게 미국내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고 미국의 공급망을 보장할 것인지 말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의 경쟁력은 기업들이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달렸다"고 사실상 미국 내에 공격적인 투자를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미국의 종합반도체기업(IDM) 인텔은 새 정부 정책에 부응해 200억달러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에 두 개의 새로운 팹(공장)을 건설해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의 파운드리 경쟁사인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짓는데 이어, 이번 반도체 공급 부족에 협력하기 위해 미국을 포함해 3년 간 1천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선택 가능한 첫번째 대응책은 현지 투자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추가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고 유력후보지인 텍사스주(오스틴)와 새로운 인센티브 방안을 협상중이다.

더불어 삼성전자가 수년째 언급해온 대규모 M&A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 유럽의 반도체 부족을 만족시키면서 설비투자를 대체할 수 있는 업체를 인수함으로써 기술영역 확장과 함께 현재 직면한 상황을 돌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