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1분기 실적 시즌의 문을 여는 월가의 대형은행들이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적립한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올해 이익으로 환입하면서다.
RBC캐피탈 마켓의 미국은행 주식 전략을 총괄하는 제라드 캐시디는 9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실적 호조 전망은 은행들이 (미래 채무불이행에 대비해 쌓은) 대손충당금에서 나올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캐시디 총괄은 "지난해 팬데믹으로 은행 업계는 손실에 대비해 수십억 달러를 충당금으로 적립했지만 사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팩트셋 역시 충당금의 이익 환입 등을 이유로 올해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등 주요 은행의 올해 순익 전망치를 10% 정도 올려 잡았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 주요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대손충당금은 2366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팬데믹 이전보다 거의 두 배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섹터 가운데 금융은 에너지와 부동산에 이어 세 번째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 증시에서 거래되는 금융주 상장지수펀드(ETF) 대표주자인 '파이낸셜 셀렉트 섹터 SPDR 펀드(XLF)'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19%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 대비 두 배 넘게 뛰었다.
미국 자산운용사 밀러타박의 매트 말레이 수석 시장전략가는 CNBC를 통해 "XLF의 50일 이동평균선이 200일 이평선에 상당히 근접했다. 주간 기준으로 골든크로스에 근접했다는 뜻"이라며 "지난 2012년 이후 이러한 골든크로스를 본 적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2년에도 금융주가 강력한 랠리를 보였는데 골든크로스가 나타난 이후 랠리는 향후 수년간 더 지속됐다"고 덧붙였다.
캐시디 총괄은 전례 없는 경기 회복으로 올해 금융주 가운데 은행 업계가 최고의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순이자수익의 증가 속도가 더디고 순이자마진 압력이 어느 정도 있을 수 있지만 부분적으로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가운데 15일에 실적을 발표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경우 가장 큰 승자가 될 것이라는 게 캐시디의 전망이다. BOA 주가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32% 올랐다.
캐시디 총괄은 BOA의 호실적 요인으로 견고한 경영,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광범위한 익스포저, 다양한 수입원을 꼽았다. 이어 "BOA 사업 90%는 미국에서 온다"며 "연준이 미국 경제의 성장률을 6%로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최대 수혜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실적이 가장 부진한 은행으로 크레디트스위스가 꼽혔다. 그는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와 관련한 막대한 손실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는 "수년 동안 여러 가지 경영상의 변화가 있었다"며 "이 때문에 일부 미국 은행들처럼 통제와 절차가 견고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주가는 지난 3월 1일 이후 26% 넘게 떨어졌다.
다음은 이번 주 예정된 은행주 실적 일정이다.
●14일(수)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퍼스트 리퍼블릭
●15일(목)
블랙록,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US뱅크
●16일(금)
모건스탠리/PNC/BNY멜론/스테이트 스트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