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3일 간의 배터리 소송 일지

입력 2021-04-12 17:33
수정 2021-04-12 17:33
<앵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벌여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2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막판까지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냐 거부권 방어냐를 놓고 격돌했던 양 사는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합의에 성공했는데요.

전격적인 합의가 있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신동호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이 713일 만에 끝났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한 치의 양보도 없던 양측이 극적인 합의에 이른 겁니다.

이번 분쟁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을 대거 빼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LG측이 미국 ITC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시작된 이후에도 양사는 특허침해 소송까지 벌이면서 확전에 확전을 거듭했고

세 번의 연기 끝에 올해 2월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미국 ITC의 최종 판결이 나왔지만 판결 이후에도 대치 상황은 이어졌습니다.

핵심은 합의금 규모였습니다.

ITC 최종 결정에 대한 결정문이 공개된 지난달 초에도 양사는 실무 협상을 재개해 합의를 시도했지만 LG는 '3조 원'을, SK는 '1조 원'을 고수하며 격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이후 폭스바겐과 포드 등 SK 배터리 고객사들의 합의 종용이 이어졌고, 우리 정부도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 조기 합의를 촉구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궁지에 몰린 SK는 배상금 합의보다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사활을 걸었고, 만약 거부권 행사 결정이 나오지 않으면 미국 사업 철수까지 검토하겠다며 배수진을 쳤습니다.

LG측도 거부권 행사 방어에 나서며 강경한 대응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11일)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인 합의가 이뤄지면서 세기의 대결은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이번 합의는 미국 정부의 압력과 우리 정부의 중재가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ITC의 최종 결정이 나온 이후 일자리 창출과 전기차 공급망 구축 등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양사에 합의를 적극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년을 끌어온 배터리 분쟁이 막을 내리면서 본격적인 개화기에 들어간 배터리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습니다.

한국경제TV 신동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