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지침 어겨야 재난지원금?"…매출기준 허점에 소상공인 '분통'

입력 2021-04-06 17:17
수정 2021-04-06 21:27


# 강원도 평창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김 모씨. 2019년 4월 사업자 등록을 했지만 리모델링 등 오픈 준비를 하느라 11월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펜션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오픈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날벼락이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부의 초강력 핀셋 '방역조치' 때문에 지난해 11~12월 객실 예약이 제한된 것이다.

스키장을 찾는 이들이 몰리는 겨울 성수기 때 제대로 장사를 하지 못한 김씨는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김 씨를 더욱 절망에 빠뜨린 건, 4차 재난지원금 수혜 대상조차 아니라는 사실.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줄어야 4차 재난지원금인 '버팀목자금 플러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형평성 어긋난 매출 기준에 소상공인 불만 속출…정부의 모호한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에 코로나19 확산으로 가뜩이나 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부터 4차 재난지원금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집합금지·영업제한 조치가 적용됐거나 매출이 감소한 소기업, 소상공인에게 최대 500만원의 '버팀목자금 플러스’를 지급하고 있다.

이번에는 지급 대상은 올해 2월 말 이전 개업한 사업체가 대상으로, 매출 증감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버팀목자금을 지급했던 3차 재난지원금 때와 달리 영업제한을 받은 업체라 하더라도 2019년보다 지난해 매출이 증가했다면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일반업종으로 새희망자금이나 버팀목자금을 지원받았더라도 지난해 매출이 증가했으면 마찬가지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뒤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매출이 비슷하거나 매출이 조금이라도 증가한 것으로 산정되면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창업한 자영업자들의 경우 9월~11월까지 3개월간 매출과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2개월간 매출을 비교해 감소했을 경우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2019년 12월 말 이전에 개업한 사업자들도 이들과 비슷하게 영업제한으로 똑같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음에도 매출증감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사업자를 언제 등록했는지에 따라 달라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소상공인들의 불만이다.

실제 소상공인 커뮤니티 등에는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이 늘어 버팀목자금 플러스를 받지 못하게 된 소상공인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형평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오히려 지난해 연말 성수기때 방역지침을 어기고 손님을 더 받았거나, 휴업 등으로 아예 장사를 안한 이들이 재난지원금을 타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그러면서 "매출증가 업체로 판단이 내려지면 지원금 뿐만이 아니라 전기요금 할인 혜택도 못받는다"며 "매출 증가를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 세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배달 수수료도 매출에 포함…손해 커도 지원금 못 받아 = 최근 음식점에선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영업보다 배달 비중이 높아 배달 수수료 부담이 높아진 것이 사실. 그런데 이 수수료도 매출에 포함돼 손해가 커도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한 소상공인은 국민청원을 통해 "2018년 사업을 시작해 2019년 매출이 그리 높지 않았는데 배달로 30% 넘는 수수료를 부담하다보니 타격이 크다"면서 "현금 매출 신고도 하지 않고 일반음식점보다 훨씬 낮은 재료비를 쓰는 옆 미용실은 월평균 800만원을 버는데도 지원금을 받는데 너무 불공평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정부는 지난해 매출이 조금이라도 증가한 경우 버팀목자금 플러스를 받지 못하는 데에 대해 불만이 많은 것과 관련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실적으로 소상공인의 매출을 기준으로 볼 수밖에 없는 데이터상의 한계가 있긴 하다"며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조금이라도 늘었어도 계절적 요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경우 4차 재난지원금인 버팀목자금 플러스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