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산업은 K펫으로, 수의업무는 전담수의사 제도로.. 대한수의사회 허주형 회장을 만나다

입력 2021-04-05 18:21
K펫산업 성공열쇠..전문적 자문 필요해
전담수의사 중심으로 국가방역 개편해야
1가구 1펫시대를 준비해야
인터뷰로 만난 대한수의사회 허주형 회장(수의학박사)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아보였다. 대한수의사회 72년 역사상 처음으로 직선제로 당선된 이후 1년간 대한수의사회를 이끌어오면서 개선해야 할 문제들과 많이 부딪혀왔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동물병원협회장을 거쳐 대한수의사회 회장에 이르는 동안 국민의 삶과 깊이 연결되어 있는 수의업무를 체계화 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이런 모든 일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 그에게 맡겨진 책무라 생각했다. 대한수의사회를 이끌고 있는 허주형 회장이 말하는 현안과 미래목표를 들어본다.

멀기만 한 K펫산업, 대한수의사회 문부터 두드려라

대한수의사회를 다녀간 대기업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들이 반려동물산업 성장에 주목하고 우선권을 잡기 위해 너도 나도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대형 동물병원에서부터 사료와 유통플랫폼까지 뛰어들지 않는 분야가 없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이유로 허회장은 ‘잘 살피지 않고 덤벼든 것’을 꼽았다.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습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수익창출에만 급급했던 것이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이다.보호자의 시각에서 산업을 보지 않고 비즈니스로만 보고 집중하다 보니 대기업으로선 수치스러울 정도의 결과를 얻게 되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반려동물을 중심으로 한 펫문화는 이미 성숙 단계에 이르렀지만 펫산업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K팝처럼 K펫이 등장하지 못한 이유도 결국 펫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이유 때문이라고 평했다. 게다가 국내 대기업이 줄줄이 실패를 하면서 그 공백을 틈탄 외국계 기업들이 펫산업의 70% 이상 점유하게 된 것도 국내 펫산업 부진의 주요한 이유였다.

허회장은 앞으로 펫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대기업도 꼭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대한수의사회의 문을 두드린다면 언제든 환영이라고 말했다. 약간의 조언만 귀담아 듣고 시작했어도 지금 처럼 외국기업에게 많은 것을 빼앗기지 않고 오히려 우리만의 K펫 산업을 일구어 가고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국가 수의 업무, 민간(전담)수의사 중심으로 개편해야

허회장이 가장 크게 고심 중인 부분은 바로 국내방역시스템이다. 예를 들면 학교 등 대규모 급식이 이뤄지는 현장에는 영양사가 상주하는데 사실은 수의사가 상주해야 한다고 한다.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점검할 수 있는 전문가가 바로 수의사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선 이런 것이 잘 정착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수의사의 전문적인 검역이 일상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전문인력 활용에 대한 비용문제와 관련 제도미비로 인해 현장에선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한다. 방역도 마찬가지다. 국가 재난형 가축전염병의 지속적 발생, 반려동물 증가에 따른 행정소요 확대, 동물의료산업의 지속 발전 속에서도 정부의 통합 컨트롤타워 역할은 미비하다는 평가다. 현장에 수의전문가가 적극적으로 배치되어 있지 않아서다.

허회장이 말하는 우리나라의 국가방역은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먼저 나서는 중앙방역시스템 구조다. 이렇다 보니 움직임이 둔하고 비용도 막대하게 소요된다. 그래서 중앙방역시스템보다는 상시방역이 가능한 지역방역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그는 농장전담 수의사 제도를 제안해왔다. 우리나라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시도군에 이르는 국가 및 지자체의 방역조직은 너무나 잘 구축되었지만 현장에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민간방역체계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사실 민간방역은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규모라서 조기에 진화가 가능하지만 아직은 모든 시스템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다. 때문에 농장전담 수의사제도를 잘 정착시키면 즉시적인 방역시스템 가동이 가능뿐만 아니라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잇점들이 뒤따른다. 전담 수의사들이 평소에 자신이 맡은 지역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어 국가적 방역이슈가 발생했을 때 초기에 즉시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회장은 “중앙에서 움직인 후 그 뒤를 민간 수의사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민간 수의사를 농가에 지정 배치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이나 구제역 등 재난에 준하는 가축전염병을 적시에 막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국가방역체계가 신속히 움직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그 비용도 막대하게 들기 때문에 수의사를 중심으로 한 상시방역체계 마련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고 말했다.

수의업무와 펫산업 발전 위해 누구든 만납니다

허회장은 1995년 인천수의사회 시절에 상무이사를 역임하면서 대한수의사회 업무를 함께 보아왔다. 지역 수의업무에서 중앙업무까지 관여했기 때문에 그동안 거쳐 갔던 전임회장보다도 훨씬 더 많은 행정경험이 있다. 지난해 대한수의사회 회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하면서 현안과 미래목표 달성을 위해 분주하게 달려왔다. 대한수의사회 발전을 위해서면 발 벗고 나섰다. 최근에는 여당 대표와 만나 수의사 업계 현안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이 자리에서 중앙정부의 방역컨트롤 문제점과 과중된 지방조직업무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 보다 중요한 일임을 강조했고 구체안도 제시했다고 한다. 검역과 위생, 동물복지 등 각 조직에 분산된 수의 업무를 방역정책국으로 통합하고 동물의료정책과를 신설해 종합행정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구체안이었고 특히 농장 전담수의사 제도의 필요성을 강력히 언급했다.

또한 허주형 회장은 “준비 작업 없이 진행되다 보니 부결된 법안들이 쌓이고 있다. 지금은 진료항목 표준화 등 기반 마련이 우선이며 의료인 단체와는 달리 현재 수의사회에는 비윤리적인 수의사에 대한 징계요구권이 없어 이에 대한 개정도 필요하다” 고 말했다. 중앙으로 집중된 수의업무를 전담 수의사에게 분산시키고 자체적인 정화기능을 갖추게 해줘야 대한수의사회가 발전하고 대한민국 방역체계와 펫산업도 발전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1가구 1펫 시대가 온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반려인들이 증가하고 있고 관련 산업도 외형을 나날이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기업이 대부분의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라 우리의 자립능력은 아직 초보단계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허주형 회장은 “정부는 중앙집중방역과 전담수의사 제도 중에 어떤 쪽이 더 효과적인 방역시스템이 될 것인지 고민해볼 시기다. 동시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펫시대에 걸맞는 법률과 제도마련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하며 “대한수의사회와 펫산업 발전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며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