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내편에 서라"…바이든의 초청에 삼성이 난감한 이유는? [이지효의 플러스 PICK]

입력 2021-04-05 17:44
수정 2021-04-05 17:44
오는 12일 대책회의에 삼성 등 초청
美 반도체 대규모 투자요구 할 전망
추가투자 요청하는 中 의식해야 해
"美中 동시에 압박…셈법 복잡해져"
# 초청이 아니야?

<앵커>

[플러스 PICK] 시간입니다.

이지효 기자, 첫 번째 키워드는 '초청이 아니야?'네요.

<기자>

네, 삼성전자가 미국 백악관의 '반도체 대책회의'에 초청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죠.

블룸버그통신은 백악관이 산업계 리더들과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문제에 대한 대책 회의를 12일 열 계획이고,

여기에 삼성전자와 글로벌 파운드리, 자동차 업체인 GM 등을 초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초청이 아니었다는 키워드는 무슨 얘기입니까?

<기자>

네. 속내를 들여다보면 초청이라기보다는 미국이 우리에게 숙제를 내 줄 것으로 보입니다.

백악관은 미국 기업에 우선적으로 반도체를 공급할 것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GM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반도체를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으려는 겁니다.

특히 삼성전자에게는 미국 내 공장 증설을 독려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증설을 위해 약 19조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 중이지만 확정은 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미국과의 관계가 더 긴밀해지는 것 같은데 마냥 달갑게만 받아들일 일은 아니라는 거죠?

<기자>

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반도체 자체 생산 확대를 위해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고,

반도체 사업에 500억 달러, 약 5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죠.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부족 사태를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동맹국 차원의 대응을 추진한다면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물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하고,

중국 산시성 시안에도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중국도 요즘 우리 반도체 부분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요?

<기자>

중국도 태도를 바꾸고 있는 모습입니다.

3일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 후 중국 외교부는 "5G·빅데이터·녹색경제·인공지능·(반도체)집적회로·신에너지·헬스케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고부가 가치 분야의 협력 파트너가 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반대로 한국 외교부의 발표에는 "한중 경제협력 공동계획을 가능한 한 조속치 채택한다" 등의 문구만 있었고,

중국이 협력을 요청한 구체적인 분야는 제시되지 않았죠.

<앵커>

이쯤되면 미중 두 나라 모두 반도체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네. 반도체나 5G, AI 등은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분야죠.

미국은 반도체 부족 문제를 국가 안보 문제로 보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의 5G 설비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동맹구에 촉구해 왔습니다.

여기에 AI 등의 기술을 독재에 이용한다고 보는 상황에서 중국의 협력 요청 자체가 부담일 수 있습니다.

안보가 경제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정치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분리가 통하지 않는 만큼,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리의 고민은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 기자가 보기에는 삼성이 처한 상황, 어떻게 해석하면 좋겠습니까?

<기자>

제 개인적인 견해로 본다면 한마디로 호재가 악재가 된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반도체 수요가 폭증한 게 자동차 생산에 민감한 선진국을 건드리게 된 상황이죠.

미국과 중국의 투자에 대한 압박을 받아 내야 합니다.

또 동시에 이들이 반도체 개발을 하면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했다고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