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사무·연구직 직원들이 개별 노조 설립을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그룹사 내 일부 사무·연구직 직원들은 29일 임시집행부를 구성하고, 이달 안에 한 차례 회의를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현대차그룹의 사무직·연구직 노조 설립을 위해 최근 개설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는 현대차·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트론, 현대로템,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등 계열사 직원들 3,500여 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주로 젊은 'MZ세대' 직원들로, 생산직 중심의 임금 및 단체 협상으로 인해 사무·연구직 직원들의 요구가 회사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임시집행부 구성에 참여한 현대차 사무직·연구직 노조 설립(가명) 관계자는 "올해 임단협은 호봉이 높은 생산직 직원들만 유리한 협상이었다"면서 "그동안 사무·연구직 직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노조가 없었던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을 동결하고, 기본급의 150%에 격려금 120만 원으로 평균 성과금을 산정했다.
호봉이 높은 생산직 노동자보다 대다수 사무·연구직 저연차 직원들은 성과금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또 생산직에는 정년퇴직자를 1년 단기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시니어 촉탁직'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젊은 사무·연구직 직원들의 요구는 딱히 반영되지 않아온 점 등이 불만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현대차의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인 평균 급여액은 8,800만 원으로 2019년 9,600만 원 대비 800만 원 줄었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의 작년 영업이익은 코로나19 사태, 세타2엔진 리콜, 코나 전기차 리콜 등 악재 속에서도 각각 전년대비 52.1%, 73.6% 늘어난 3조 6,847억 원, 2조 97억 원을 기록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회사 측에서도 'MZ세대' 달래기에 나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올해 안에 성과와 보상에 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29일 전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성과급 기준을 새로 마련하고, 지급 시기도 앞당기겠다"며 "(보상) 문제를 책임지고 바꾸겠다"고 밝혔다.
장 사장은 이어 "열심히 노력한 분들에게 더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당장 2022년부터는 전년 경영실적이 확정되는 대로 빠르게 성과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아가 회사의 경영 상황에 대해서도 "품질비용으로 인해 작년 영업이익은 실적 대비 줄어들었지만, 향후 품질 문제에 따른 비용이 줄어들어 영업이익이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을 임직원 여러분과 나누는 방법도 고민 중"이라고 달래기에 나섰다.
현대차 사무직·연구직 노조 설립(가명)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그룹사를 아우르는 노조 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임시집행부에서 향후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