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배터리...초격차 전략 통할까 [이슈플러스]

입력 2021-03-29 17:26
수정 2021-03-29 17:26
<앵커>

한국경제TV는 지난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유럽 곳곳에서 리콜 된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해 드렸는데요.

오늘은 이번 리콜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제기돼 왔던 K-배터리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대책과 발전 방향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먼저 그동안 있었던 한국산 자동차 배터리의 리콜 사례들을 배성재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한국산 자동차 배터리에 대한 리콜 확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달에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장착된 현대자동차의 전기차(3종) 8만 2천 대(국내 몇 대, 해외 몇 대)가 리콜 조치됐습니다.

리콜 비용만 1조 4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아직까지 명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3 대 7이라는 분담 비율만 놓고 보면 배터리 제조사의 책임이 더 크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자동차 배터리 리콜 사태는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르노 조에(ZOE), 폭스바겐 'e-UP' 등 LG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들이 '배터리 제조 결함'을 이유로 유럽 11개국에서 리콜 됐고,

GM의 전기차 볼트EV는 지난해 미국에서 화재 사고들이 발생해 대규모 리콜을 앞두고 있습니다.

삼성SDI 역시 화재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포드와 BMW의 전기차 약 5만여 대가 리콜에 들어갔는데, 모두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된 차종입니다.

사고가 잇따르면서 LG와 삼성 모두 리콜을 대비해 충당금을 미리미리 쌓아두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배터리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완성차들이 직접 배터리 제조에 나서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건 우리 기업들에게 더 위협적입니다.

최근 폭스바겐은 LG에너지솔루션의 주력 제품인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각형 통합셀을 표준으로 채택했는데,

앞서 본 일련의 리콜 사태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배성재입니다.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리콜 사태로 인해 세계 1위 K-배터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데요.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 같은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생산 기반 확대는 물론 R&D 투자도 선제적으로 진행해 후발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계획입니다.

이어서 신용훈 기자입니다.

<기자>

"오는 2025년까지 독자적으로 5조 원 이상을 투자하고 올 상반기 안에 신규 공장 후보지 2곳을 선정하겠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번 달(3월 12일) 밝힌 미국 시장 투자 계획입니다.

바이든 정부의 그린 에너지 육성책에 발맞춰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전략인데, 계획대로라면 합작법인을 뺀 LG에너지솔루션의 독자적인 미국 내 배터리 생산능력은 지금보다 15배(5GWh->75GWh)나 늘어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오하이오주에 건설 중인 GM과의 합작법인 제1공장과 비슷한 규모의 제2공장 부지를 상반기 중 확정할 계획입니다.

중국과 폴란드에 구축된 글로벌 생산기지도 지속적으로 늘려 전기차와 ESS용 파우치 배터리뿐만 아니라 원통형 배터리 분야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밖에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2023년 글로벌 톱3를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3년간('18~20년) 시설투자비(7조 7,000억 원)와 연구개발비(7,100억 원)의 합은 같은 기간 배터리 매출(2조 6,400억 원)의 3배가 넘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에는 미국 조지아와 헝가리 코마롬에 생산공장을 추가로 짓고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입니다.

삼성SDI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개발 중인 5세대 전기차 배터리는 니켈 함량 88% 이상의 하이니켈 기술을 적용해 주행거리를 대폭 향상시킨 것이 특징입니다.

또 희소금속인 코발트 비중을 낮춰 원가는 20%가량 절감할 수 있습니다.

[손미카엘 / 삼성SDI 전무 : (5세대 배터리는) 올 하반기 공급 예정으로 제품 검증과 양산 준비를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하이니켈 NCA 양극재와 신공법이 처음 적용되는데, 국내 파일럿 라인에서 소재, 공법 등 모든 프로세스의 검증을 마치고 헝가리 신규 라인에 동일하게 적용해…]

K-배터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는 지속되고 있지만 문제는 소송전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결론난 '영업 비밀 침해 소송' 이외에도 ITC에 제소된 2건의 특허 소송이 남아있습니다.

지난 2019년 9월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이 자사의 배터리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ITC에 제재를 요청했고

같은 달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분리막과 양극재 관련 미국 특허를 침해했다며 ITC에 맞소송을 낸 바 있습니다.

하지만 양사의 소송은 미국 정부의 배터리 산업 정책과도 연결돼 있어 쉽게 결론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양측의 소송전이 장기화하면서 K-배터리의 글로벌 투자계획은 물론 소송에 얽힌 기술의 추가적인 연구에도 제약이 따를 것이란 분석입니다.

한국경제TV 신용훈 입니다.

<앵커>

앞서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과 관련한 이슈들을 점검해봤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K-배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취재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산업부 송민화 기자 나왔습니다.

송 기자. 워낙 전기차가 대세이다 보니 완성차 업체들도 직접적으로 배터리를 만들겠다고 나선 모양이군요?

<기자>

앞선 내용에서도 보셨듯이 폭스바겐이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이렇게 배터리 자체 생산에 나서는 그 이유가 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요.

전기차 값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가량 됩니다. 차 값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굉장히 고부가가치 사업인데요.

이를 스스로 만든다고 하면 결국 자동차 회사가 배터리 업체에 줘야 할 절반에 가까운 이윤을 더 취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또 앞으로 보조금이 점차 줄어들다가 결국 폐지 수순으로 갈 텐데. 비싼 전기차 값을 낮추려면 결국 배터리 값을 낮출 수밖에 없거든요.

완성차 업계에선 배터리 가격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서 전기차 가격을 크게 떨어뜨리겠다는 전략도 포함됐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를 감안할 때 완성차 업계가 배터리 물량을 자체적으로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물량을 모두 책임질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배터리를 만드는 기술은 상당히 고도화됐기 때문에 현재 배터리 업체들이 만들고 있는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를 완성차 업계가 만들기란 어렵다는 분석도 앞서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게 완성차 업체들이 쉽게 접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된 기술을 요하는 건가요?

<기자>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기술이 왜 어렵냐하면 전기차 배터리 기사를 접해보신 분들이라면 NCM622, NCM811, NCM9반반 이런 말을 들어보셨을 텐데요.

NCM은 니켈, 코발트, 망간의 약자입니다. 이 세 소재 가운데 니켈은 배터리의 핵심 소재입니다. 니켈의 비중이 늘어나면 결국 자동차의 주행 가능 거리도 그만큼 들어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니켈은 열에 굉장히 취약합니다. 자칫 화재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배터리 업체들도 안전을 담보로 한 배터리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NCM811이 가장 고도화된 기술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 배터리를 먼저 만들 수 있는 곳은 결국 아직은 배터리 업체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전기차 생산업체가 아무리 배터리까지 만들겠다고 하더라도 결국 안전과 주행 가능 거리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결국 계속해서 완성차 업계는 배터리 업계보다 낮은 수준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밖에 없다는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그래서 완성차 업계는 전고체 배터리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상황인데요.

전고체 배터리도 조금 생소하실 수 있습니다. 기존 배터리의 구성 성분을 좀 먼저 살펴봐야 할 텐데요.

현재 배터리는 양극제와 음극제가 있고요. 분리막을 기준으로 전해질 용액이 둘 사이에 있습니다.

이 전해질 용액을 통해서 양극제와 음극제의 이동이 일어나면 충전과 방전이 일어나는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전해질 용액이 하는 역할을 고체로 대체하겠다는 겁니다. 이게 바로 전고체 배터리인데요.

전고체 배터리의 장점은 일단 전해질이 고체로 이뤄졌기 때문에 외부 충격과 같은 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화재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또 전해질 용액보다 밀도가 높기 때문에 전기차의 주행가능거리를 상당히 늘릴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로 완전히 충전하면 최대 500km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거든요.

그런데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다면 주행가능거리가 7, 800km대로 급격히 늘어날 수 있는 겁니다.

굉장히 고도화한 기술을 요하는 배터리다 보니까 업계에선 꿈의 배터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현재 기술을 뛰어넘는 이 전고체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모두 개발 중인 상황이고요.

개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기술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2030년쯤 되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요.

재밌는 점은 완성차 업계에서는 향후 2,3년 안에 전고체 배터리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있거든요.

결국 뚜껑은 열어봐야 하겠지만 앞으로 전고체 배터리를 누가 먼저 만드느냐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완성차 업계도 배터리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있고, 글로벌 배터리 경쟁사들도 고도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K-배터리, 정말 위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기자>

위기일 때 오히려 기회가 찾아온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과 같은 K-배터리 업계에는 이런 상황이 오히려 사업 영역을 더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전망은 배터리 업계가 고도화된 배터리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직접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수도 있다는 전망입니다.

결국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내연기관 차량들보다 들어가는 부품 개수도 60%가량 적고 단순합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만 확보한다면 윗부분에 씌우는 커버는 다양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전기차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테슬라를 시작으로 애플도 전기차 생산에 나설 계획을 밝혔고요.

루시드라던가 리비안, 카누, 드라코와 같은 신생 스타트업 전기차 업체들이 빠르게 전기차 생산을 눈앞에 두고 있거든요.

이런 역할을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한다면 결국 배터리 생산부터 전기차 생산까지 가능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또 다른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한 전문가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김필수 /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향후 전기차 시장이 전 세계에서 천만대 2천만 대 시장이 되면 배터리만 공급하는 게 아니라 아예 전기차를 찍어서 공급할 수 있는 부분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꼭 제작사가 아니더라도 전기차를 만드는 시장이 온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서로의 영역 구분 없는 새로운 시장 창출이 되고요. 제3세계 진출 등 먹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에 새로운 진로를 개척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배터리 업계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 선행해야 할 정부 정책이나 규제 완화는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배터리 시장이 활성화하는 만큼 폐배터리 또한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업계에선 전기차 배터리 주기를 보통 10년으로 잡거든요.

우리나라도 이미 전기차가 나온 지 10년이 넘었으니까 폐배터리들이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표준화된 전기차 폐배터리에 대한 재활용 기준이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 정부도 폐배터리를 재활용하기 위한 마땅한 규정이 없는 상태입니다.

결국 재활용보다는 폐기나 보관하는 쪽으로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전기차 소유주가 폐차 시 직접 지자체에 보고하도록 돼있어서 이에 대한 추적 감시도 어려운 상황이고요.

현재까지는 폐배터리 물량이 그리 많지 않지만 앞으로 몇 년 더 지나면 쏟아져 나올 거거든요.

그런데 폐배터리는 60% 이상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냥 버려지기에는 아까운 거죠.

폭스바겐의 경우 이미 폐배터리를 분쇄해서 소재를 재활용해서 배터리로 전환하는 과정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만큼 폐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부분도 강화해나가는 상황이고요.

우리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이고요.

현재 환경부는 앞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서 산업부와 완성차 업계, 배터리 생산 업체, 재활용 업계 등과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재활용 방안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앵커>

일단 당장 국내 배터리 업계가 봉착한 문제는 LG-SK의 배터리 분쟁입니다.

이것부터 해결이 돼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데, 결론이 언제쯤 나는 겁니까?

<기자>

미 국제무역위원회, ITC의 최종 판결은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미 합의가 이루어졌어야 하는 상황인데요.

그런데 합의금만 수조원에 달하다 보니 사업 존폐 기로에 놓인 SK 입장에서는 쉽사리 합의하지 못하고, 미 바이든 대통령의 비토권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모습입니다.

ITC의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게 바로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인데요. 거부권 행사할 수 있는 기한은 최종 판결 일로부터 60일 이내입니다.

그렇다 보니 4월 10일이 마지노선이고요. 이때가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만약 ITC 판결이 그대로 이어질 경우 앞으로 10년 동안 SK의 배터리 부품 수입이 금지되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실제로 사업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SK는 해당 판결을 뒤집기 위한 추가 소송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 장기간 지루한 공방전이 이어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앵커>

네, 송 기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