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째 꼼짝달싹…수에즈운하 "16m 모레땅 파내야"

입력 2021-03-26 18:41
수정 2021-03-26 18:43


아시아와 유럽 간 해상교역로인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막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좌초 나흘째 꼼짝도 못하고 있다.

당국은 좌초한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Ever Given)호의 선수 부분의 모래를 제거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나 선박 이동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A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26일(현지시간) 에버 기븐호가 다시 움직이기 위해서는 선수 부분 제방의 모래를 1만5천㎥∼2만㎥ 제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직 깊이로는 12∼16m 땅을 파내야 한다.

운하관리청은 이를 위해 시간당 2천㎥의 모래를 제거할 수 있는 흡입 중장비와 예인선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의 선박 구조 전문 업체 보스카리스사도 전날부터 작업에 투입됐다.

구조 업체들은 뱃머리 부분의 진흙과 모래를 제거하기 위한 준설 작업에 힘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길이 400m, 폭 59m, 총톤수 22만4천t에 달하는 거대한 배를 움직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배에는 2만여 개의 컨테이너가 가득 실려 있다.

익명을 요구한 운하관리청 관리는 AP에 "인양 작업은 매우 민감하고 복잡한 작업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문제가 추가로 발생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LCC의 랜디 기번스 해양 에너지 리서치 부문 부회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일부 화물 하역이 필요하고, 운하 자체 보수 공사도 해야 하기 때문에 선박 통행 재개까지는 최소 2주가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수에즈운하 통행 재개가 불투명해지면서 일부 화물선과 유조선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우회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원유 자료제공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유조선 3대가 희망봉 우회를 결정했다. 수에즈운하 통과를 못 하고 있는 LNG선 16대도 항로 우회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아공의 희망봉을 경유하면 노선 거리가 약 6천 마일(약 9천650㎞)이 늘어난다. 이 경우 대형 유조선이 중동의 원유를 유럽으로 운송하는데 연료비만 30만 달러(약 3억4천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추산했다.

파나마 선적의 에버 기븐호는 지난 23일 오전 수에즈 운하 중간에서 좌초했고 운하 통행이 전면 중단됐다.

사고 처리가 지연되면서 운하 인근에 발이 묶인 150여 척에 달하는 선박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선박 운항이 하루 지연되면 선주는 대략 6만 달러(약 7천만원)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