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사업에 다시 뛰어들 계획이지만 TSMC의 왕좌를 탈환하기 어려울 것이며 단기적 영향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미국시간) 진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급증에다 생산 차질까지 겹쳐지면서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TSMC에는 더 많은 사업 기회가 지속될 것이란 뜻이며 인텔은 한동안은 TSMC로부터 최첨단 반도체를 계속 아웃소싱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매체는 지적했다.
인텔은 올해 자본지출을 30% 이상 늘려 190억~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첨단 반도체에 대한 수요를 이용해 비용을 분산시키고 자본 지출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하겠지만 인텔은 과거에도 비슷한 시도에서 실패했다.
2016년 TSMC에 맞서기 위해 당시 LG전자 등 고객사를 확보했지만 기술개발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TSMC는 올해 자본지출을 40% 이상 늘릴 것이라는 가이던스를 내고 250억~280억달러 지출을 예고했다.
인텔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TSMC에는 여전히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TSMC는 또한 애플과 엔비디아 등 다양한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고 비용 구조도 효율적이다.
인텔은 반도체를 설계하고 판매하는 일도 하고 있어 이해 충돌의 부담을 지고 있지만, TSMC는 그렇지 않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독립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AMD나 애플과 같은 고객들이 주문을 망설일 가능성은 크다.
닛케이아시아 역시 인텔이 대범한 계획을 밝혔지만 이른 시일 내에 핵심 고객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번스타인리서치의 마크 리 애널리스트는 "기술 리더십을 다시 확보하려면 새로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더 많이 투자하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비용 분담을 위해 더 많은 고객 확보를 위해 파운드리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기술 개발을 따라잡아야 할 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고객도 계속 끌어들여야 해서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텔은 지난해 7나노미터 공정의 개발을 2023년으로 미룬다고 밝히기도 했다.
리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이나 시스코, 에릭슨,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인텔이 고객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기업들은 모두 독자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어 이해 충돌이 발생하고 경쟁 관계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국내에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은 인텔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아시아의 반도체 제조사들도 미국의 우려를 경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TSMC는 지난해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고자 1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삼성은 최대 170억 달러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