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 범야권을 아우르는 '어벤저스 선대위'가 25일 본격 활동에 착수했지만, 양당 수장은 감정의 골이 여전히 파인 모습이다.
오랜 악연으로 최근 단일화 과정에서도 거친 감정싸움을 벌였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대표는 이날 대한문 광장 합동유세장에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첫 공식 유세에선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서울 지역 소속 국회의원, 나경원 전 의원이 출동했고,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안 대표가 합류했다.
안 대표는 김 위원장과 어색하나마 악수를 주고받았는데,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지원연설을 시작하고 2분도 채 안 돼 홀로 무대를 내려갔다. 주변에서 만류하는 듯 돌아세웠지만 그는 손사래를 쳤다.
안 대표도 국민의힘 유세차 위 분위기가 편한 기색은 아니었다. 그는 본인의 연설을 마치고 오 후보가 마이크를 잡은 지 5분여 만에 서둘러 무대를 떠났다.
이후 오 후보가 연설 도중에 뒤를 돌아보며 안 대표를 찾다가 "안철수 후보 가셨나. 내려가셨나"라고 연거푸 묻는 소리가 고스란히 마이크에 담겼다.
이날의 분위기는 김 위원장의 전날밤 '공개 저격'과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JTBC에 출연해서 안 대표의 대권 도전 전망과 관련해 "정권교체에 지장을 초래할 짓", "장애요인" 등의 표현으로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안 대표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기자들이 입장을 묻자 "선거가 급하니 별말씀 드리지 않겠다"며 "지금은 모두 힘을 모을 때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당내에서는 심지어 안 대표의 이날 '복장'을 두고도 볼멘소리가 나왔다.
한 관계자는 "전날 의총에서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오늘 연설문은 미리 원고를 써왔을 정도로 정무감각과 준비성이 철저한 분 아니냐"면서 "첫 유세 현장의 상징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회색빛 정장차림에 불쾌한 마음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안 대표 사이 관계에서 기인한 양당 간의 불편한 감정은 '야권 어벤져스'를 표방하는 선대위 슬로건을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