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운하 '봉쇄 장기화' 조짐…해상·항공 운임 치솟나

입력 2021-03-25 16:07
수정 2021-03-25 16:35
23일 좌초 '에버기븐호' 사태 수습 장기화
인근 해상서 대기 선박 하루 새 100척→180척

하락세 접어든 컨테이너선 운임 '반등' 예상
"시급한 화물은 하늘길로…항공 운임도 상승도"


이집트 수에즈운하를 가로막은 컨테이너선의 영향으로 글로벌 물류망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해상 물류의 차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사태가 길어질 경우 항공 화물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2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23일 오전 7시경 통제력을 잃고 수에즈운하에 좌초된 '에버기븐(Ever Given)호' 사태 수습이 길어지고 있다.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AC)은 "예인선을 통해 선박을 모래톱에서 빼내려고 노력 중이지만, 풍향과 함께 22만톤(t)의 거대한 선박의 크기로 인해 작업이 더디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Evergreen) 소속의 이 배는 2만 388TEU(1TEU는 20ft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으로 전체길이 400m 너비 59m에 달하는 초대형 선박이다.

에버그린(Evergreen)은 사고 원인을 "갑자기 불어온 강한 바람 때문에 선체가 항로를 이탈하면서 바닥과 충돌해 좌초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선박은 뱃머리가 한쪽 제방에 박히면서 선미는 반대쪽 제방에 걸린 모습으로 운하를 가로막고 있다.

봉쇄가 사흘째에 접어들면서 근처 해상에서 대기 중인 선박은 24일 100여 척에서 하루 만에 180여 척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수에즈 운하는 국제 해상 물류의 핵심 통로로 연간 전 세계 교역량의 12%가 이곳을 지난다.

각종 상품은 물론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운송도 이곳을 통해 이뤄지는데 사고 선박 역시 중국 상하이항을 떠나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향하던 중이었다.

사고 수습이 길어지는 가운데 최근 하락세에 접어들었던 컨테이너선 운임이 영향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25일 보고서를 통해 "수에즈 운하가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노선의 주요 항로이기 때문에 SCFI 기준 상해-유럽 노선 운임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을 돌아가는 노선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운송 기간이 최소 1달 이상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기준 2,583.87을 기록하며 4주째 하락세를 이어간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이번 사태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의미다.

장기적으로는 항공 화물 운임료 인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우회 노선이 최소 2주가 더 걸리는 점을 들어 "완성품 중 시급한 화물은 항공 화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며 "항공 운임에 상승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