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한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정책이기보다 거의 부동산 정치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강 전 경제수석은 이어 "IMF를 극복할 때와 달리 코로나 위기 이후 강한 경제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며 "이자조차 못 내는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 전 경제수석과의 일문일답.
Q: 영끌 빚투 영향으로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1천조원을 넘었다. 식지 않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나?
A: 현재 가계부채 급증 문제는 경쟁력이 약한 중소기업·영세 자영업자 대출도 있지만 부동산 대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발표를 보면 가계대출의 증가가 영세 자영업자들도 있지만, 고신용자·고소득자 대출이 많다. 부동산 부분부터 해결하는 것이 가계대출 문제에 대한 적절한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또, 대출이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 이른바 좀비기업들의 생명연장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 기업대출 해준다는 것이 코로나 상황이 지나가고 나면 회복을 해서 정상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대출 연장 상환유예도 해주는 것이다.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좀비기업들은 많았다. 그런 관점에서 정부 대출 연장이나 상환 유예 등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IMF 때는 우리가 기업 부실을 많이 털어냈다. 기업 구조조정 덕분에 IMF위기 이후 강하게 반등할 수 있었다. 이번 코로나 상황에서는 구조조정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경제가 그때처럼 강하게 반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지금보다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면 ‘K자형 경제'(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심각해지는 양극화 경제)가 더 심각하게 발생할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다.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했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현대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다. 현 정부는 좀비기업(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나라의 백년대계,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이 시기도 구조조정이라는 측면도 같이 고려한 금융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24번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평가? 집값 폭등에 대한 생각은?
A: 부동산 정책이기보다 거의 부동산 정치에 가깝다. 투기꾼들이 집값을 일부 지역에서 올리는 효과가 있을지라도 투기꾼에 의해서 대한민국 집값이 올라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갔던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저금리,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집의 절대 부족이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은 공급을 뒤늦게 발표했지만 주로 수요억제만 하다가 실패한 양상으로 나타난 점이 특징이다. 정부 정책이라는 것이 나쁜 정책이라도 일관성이 중요한데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이 깜짝 공급 정책 발표로 방향이 확 바뀌니까 시장에서 굉장히 당황스럽다. 즉, 정부의 급격한 정책의 변화, 집을 살고 싶은 곳에 짓지 못하게 하는 점이다.
우리나라 주택문제는 본질적으로 집의 숫자보다는 살고 싶어 하는 곳의 집의 숫자다. 계속된 규제로 살고 싶어 하는 지역에 못 짓게 하고, 서울에서 30킬로씩 떨어진 곳에 신도시라는 이름으로 집을 공급하겠다고 한다. 자기 재산이 전부가 집 한 채인 사람들이 상당수인데 정부가 나서서 임의적으로 강제로 정부가 수용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고 단기적으로 공급 확대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것 같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정말 이제 살고 싶은 곳에 집이 많이 공급돼서 안정이 되겠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지게 만드는 것이 정책이 아닌가 싶다. 당분간 주택에 대한 구매심리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양도세 부담이 급격히 높아져 다주택자 매물이 나올 수 있지만 근본적인 추세는 바꾸기 어렵다고 본다. 다만 향후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투자 심리에 대해서 마이너스로 작용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Q: 금융시장과 자산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논쟁이 뜨겁다. 심상치 않다는 의견과 우려가 과하다는 의견이 갈리는데, 어떻게 보나?
A: 지금 통화량이 많이 증가했기에 이론적으로 언젠가는 물가가 오를 것이다. 오를 언젠가, 그 시기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경제 상황이 평균적으로 아직 각국의 실제 생산이 잠재생산 수준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올해 경제가 회복하더라도 2019년보다 총 수요가 더 많이 증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2020년과 2021년 평균을 해보면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 제로로 보고 있고 총수요 압력으로 인한 물가상승은 올해나 내년 정도까지는 일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나 보고 있다.
경제학 이론에서는 통화가 증가하면 물가가 오른다는 것이고 저는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다. 2-3년 후에는 분명히 물가 자극 요인, 단기적으로 전반적인 현재 생산수준이 잠재 생산 수준에 못 미치기 때문에 물가가 크게 올라가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이다. 지금의 물가가 올라가는 부분은 기저효과에 따른 기술적 반등 부분인 것 같다.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다. 경제 정상화라는 것은 개발도상국들이 연평균 성장률은 3~4% 선진국의 경우 1~2% 돼야 하는데 이런 성장 궤도를 다시 도달하는 것으로 판단할 때, 2021년은 복귀하는 과정으로 보고, 2022년이나 2023년의 정상화로 가는 단계로 생각한다.
Q: 코로나 이후 한국경제의 전개 양상은?
A: IMF 위기 때와 달리 코로나 경제위기에서는 구조조정 없이 모든 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왔고, 이것이 경제 반등의 부작용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보다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면 양극화가 심해지는 K자형 회복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더 위로 치고 나갈 텐데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은 정부 보호막이 걷히면 실상이 다 드러난다. 마치 바닷물이 빠지면서 어디에 바위가 있는지 알 수 있듯이 말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내수가 침체되고 내수를 중심으로 한 자영업자 중소기업 더 어려워질 것, 악순환 고리가 시작될 수 있다.
코로나만 이겨내면 잘 커갈 기업과 산업분야는 보호를 해야 한다. 모든 것을 걷어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살려야 할 기업, 잘 살 수 있는 기업의 지원을 더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은 연명치료 밖에 안된다. 링거를 빼고 나면 아무 쓸모없는 지원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물론 제가 공직생활을 해본 경험으로는 어려울 때 확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부실한 부분을 확실히 접고 업종 전환을 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사회적으로 마련해주면서 구조조정도 같이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정부는 전국민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것이 정의로운 것처럼 이야기한다. 경제학자 입장에서 보면 받이들이기 어려운 논리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핀셋지원도 중요한데 그것의 기본은 코로나 이후에도 잘 갈 수 있는 기업이나 업종이면 확실히 지원을 해줘야 하는 점이다. 코로나 끝나고 나면 정부지원 없이도 나아갈 수 없다는 포인트를 고민해야 한다. 너무 일관된 지원이 만연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Q:3월에는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도 있었고, 미국 역시 1조9천억 달러 규모 부양책을 펼쳤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의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A: 미중갈등 잠시 올라가거나 완화되거나 할 수 있다. 2020년을 기준으로 앞으로 30년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이 30년이 대한민국의 경제와 나라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국가과제라고 여긴다. 향후 인터넷조차도 미국 중심 인터넷, 중국 중심 인터넷 등 서로 교류가 안 되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강렬한 미중 전쟁과정 속에서도 독일은 미국의 편에 있을 나라인 것 같으면서도 실리적인 관점에서 중국을 선택하는 복잡한 방정식이 있다는 점을 파악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방향은 대한민국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 같이 가야하고, 그게 대한민국이 살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더 많이 갖춰야 할 것은 5G, 4차 산업혁명 AI 시대 등 대한민국의 기술 경쟁력을 최대한 확보해 나감으로 기반을 튼튼히 해야 한다. 그런 기반이 없으면 끌려다니는 존재가 되고, 미중 전쟁에서 우리의 이익을 분명히 해 보다 많은 첨단 분야에서 글로벌 강국이 돼야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Q: 비트코인이 연일 폭등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A: 가상자산이다. 처음 번역이 가상화폐로 돼서 화폐냐 아니냐는 논란이 시작됐다. 경제학자로는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다. 교도소에서 담배 역할처럼 소규모로 거래하는 것을 화폐라고 안 하듯이 화폐는 정부의 법적인 기반 하에 강제된 것이 화폐다. 비트코인처럼 민간에서 만들어진 것은 화폐라고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 미래에 가서 일부 섹터에서 거래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광범위한 보편적 거래수단으로 보기 어렵다.
비트코인의 영향을 받았지만, 별개로 각국의 중앙정부들이 디지털화폐 연구를 많이 하고 있고, 공용화되는 순간 시장에서 자리잡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도 다이아몬드처럼 희소성 측면에서, 가격이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고, 얼마든지 내려갈 수 있는 그런 자산이 되겠죠. 한편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블록체인 기술은 의미가 크다. 비트코인 측면보다는 블록체인 기반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Q: 최근 떠오르고 있는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A: 보기에는 바람직해 보인다. 기업 경영을 하면서 환경 중시, 사회적 규범, 기업의 지배구조를 잘 가져가자 누가 반대를 할 수 있나. 최근 ESG가 많이 논의되고 활용된다는 걸 생각해봐야 하는데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업들에게 ESG를 요구하는 것으로 이해가 된다. ESG가 말뿐만 아니라 실행력을 갖는 것이 된 셈이다. 연구결과가 엇갈리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ESG를 준수하는 기업이 장기적인 수익률이 높다.
이렇게 펀드투자자들이 판단했기 때문에 기업들도 ESG가 비즈니스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양자간의 효과가 열풍을 일으키는 것으로 평가한다. 또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중요포인트다. 하지만 정부가 개입하는 순간 민간의 영역에서 움직이던 ESG 시장이 산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ESG 경영을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사안까지 직접 정책적으로 개입한다면 ESG 본질을 망칠 수 있다. 향후 ESG가 시장의 자율적인 인센티브 메카니즘이 발전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