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 간 외교 갈등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부른 데 대해, 푸틴 대통령은 "남을 그렇게 부르면 자신도 그렇게 불리는 법"이라고 응수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자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자신의 답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덧붙이지 않았다.
다만 그의 발언은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 사건에 러시아 정부가 개입돼 있다는 서방측 주장에 근거한 것으로 해석됐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앞서 이달 2일 러시아 정부가 나발니 독살 시도의 배후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7명의 러시아 고위관리, 5곳의 연구소 및 보안기관, 14개 기업체 등을 제재한다고 밝혔으며 이 제재는 18일부터 발효했다.
러시아 측은 바이든 대통령의 '살인자' 발언에 반발하고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크림 지역 사회활동가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다툼을 얘로 들며 "남을 그렇게 부르면 자신도 그렇게 불리는 법"이라고 꼬집었다.
푸틴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 혹은 다른 국가들이나 국민들을 평가할 때는 항상 거울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우리는 항상 그곳에서 자신을 본다"고 말했다.
남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자신도 그렇게 평가받는다는 점을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일본 핵공격, 미 대륙 개척 당시의 토착 인디언 학살, 노예제, 흑인문제 등을 거론하며 고통스런 유산이 미국의 책임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로부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평가를 요청받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몹시 나쁜 것"이라면서 "그는 확실히 우리나라와 관계를 구축하길 원치 않는다"고 비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알아들을 수 없는 닭의 말"이라고 빈정대면서 미국 측의 해명을 듣고 싶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미-러 양국 간 설전은 나발니 문제를 명분으로 내건 미국의 대러 제재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 등으로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졌다.